“최고가 되고 싶은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최고가 되고 싶은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11.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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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제, 어떻게 빛난 적이 있었던가?’ 하고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 본다. 사람들마다 생애 한 번쯤은 빛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은 각각 다르겠지만 그것이 사소한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에게는 너무 소중한 기억일 것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2012년 중학교 3학년 때 역경과 눈물로 이뤄낸 전교 석차 1등기록이 그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부였던 나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그 당시는 운동부라고 하면 공부 못하고 건들거린다는 인식이 있어서 우리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제 운동부를 비행청소년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운동부 중에는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학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성숙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엇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도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었기에 운동부를 무시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먼저 적개심부터 불쑥 튀어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수 생활에 가장 중요한 몸에 부상까지 입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나는 어린 나이에 큰 좌절감을 느꼈고 상실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다 내 인생을 바꿔주신 음악 선생님을 만났다. 많은 가르침과 따뜻함으로 나에게 처음으로 학교가 무엇인지, 스승이 무엇인지, 내가 왜 소중한지를 알게 해주셨다. 그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나는 처음으로 공부라는 걸 해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설레는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안 하던 공부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남들이 지나온 길을 뒤늦게 혼자 따라가는 것은 굉장히 외롭고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힘들고 지쳐 다시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나에게는 항상 내 편을 들어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새로운 도전인 만큼 부모님께서는 항상 격려해주시고 부족한 부분이 없게 채워주셨다.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렇게 공부는 순조롭게 흘러갈 줄 만 알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들의 질타를 받았다. “네가 공부를?”, “너는 운동했던 애니깐 힘들걸?”이라는 말들은 또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럴 때마다 음악 선생님의 따뜻한 말과 손길로 다시 힘을 얻었다. 외로운 길에 혼자 서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새 내 옆에 많은 응원단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도전은 계속되었고 3학년이 되자 학수고대했던 시험 기간이 다가왔다. 시험 날이 다가오니 운동선수 시절 대회에 나갈 때처럼 가슴이 뛰고 긴장감이 몰려왔다. 다른 학생들은 이런 시험을 일 년에 네 번이나 친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나의 도전을 비아냥거리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내 노력을 믿지 못하는 그분들께 내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자고 스스로에게 굳게 약속했다. 드디어 시험이 다가왔고 새로운 내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시험 시간은 길고 길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내 노력의 결과를 기다렸다. 드디어 성적이 나왔다. 내 손에 들어온 작은 종이에 전교 석차 1등이라고 적혀있었다. 순간, 놀라움과 함께 가슴에서 울컥하며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저 전교 석차 1등이 문제가 아니라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감동과 함께 힘들게 지나온 시간들의 값이 느껴졌다. 그날 나는 그 기쁨을 가족과 음악 선생님과 함께 나누었다.

  나는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처한 상황들이 너무 부당하다고만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님의 보살핌과 음악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나는 나를 이겨냈고 더 성숙해졌다. 이러한 경험은 로키산맥의 무릎 꿇은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해발 3,000m 한계 지점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나무, 이 나무는 어려운 환경에서 무릎을 꿇음으로써 고난과 역경으로부터 자기를 지켜내고 있다. 그것은 좌절이나 굴복이 아닌 자기를 지켜내는 힘이다. 나는 앞으로도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때도 나는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어낸 나의 과거처럼 자신감을 잃지 않고 두려움 없이 그것들을 헤쳐나갈 것이다.

정행운(수학교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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