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의 죽음, 키우던 반려동물과의 이별 등 다양한 사건을 통해서 살다가 한 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본인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아마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경상남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주관한 2019년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강연 제목이 ‘즐거운 소풍으로서의 삶’이었다. 강연 제목만 들었을 때는 삶을 조금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이야기와 죽음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스물하나. 다 큰 성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다. 그렇기에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죽음을 생각한다는 자체가 어딘가 어색하고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은 나이와 무관하고 언제 어떻게 맞이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 극단적으로는 당장 몇 시간 후에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크게 이상할 점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면 어떻게 될까, 죽음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라는 생각을 하자 다양한 관계로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비록 나는 떠나고 없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강연 중에 들었던 죽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기는 게 가장 좋겠다고 느껴졌다.
고마웠던 마음들을 담아서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남겨놓는다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선물이자 성의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편지들이 나의 죽음이 마냥 슬프고 우울한 이별로 남지는 않게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와의 시간들을 되새기며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보내기에 후회나 미련도 거의 없이 편하게 보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든 어르신들은 영정 사진을 찍어두면 오래 산다고 말씀하시며 곱게 차려입으신 채 사진관에 가시곤 한다. 마지막 순간을 위한 준비인 셈이다. 우리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어떠한 일이라도 괜찮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벌써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서, 각자의 방법으로 마지막 순간을 위한 준비를 해두면 좋지 않을까. 죽음 그 이후까지 생각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우리가 보다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기선우(심리학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