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끝없이 대물림되는 계층구조
[월영지] 끝없이 대물림되는 계층구조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9.2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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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나는 어떤 정치 세력에도 관심이 없음을 밝히고 글을 시작하려 한다. 대학생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게 한탄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방향을 따지기보다 그저 직진을 택하고 싶을 뿐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내 신념에 따라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이런 나에게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에 관한 여러 논란은 참 우습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인데 같은 정당이라고 편드는 정치인들, 자기 자식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상대 의원이 자식에게 한 일은 거세게 비판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아내와 딸이 비판받는 와중에도 장관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조국 등. 다 똑같아 보였다.

  대학생이라는 시선에서 조국 딸에 대한 논란을 바라보았을 땐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고등학생 때 인턴십 2주 만에 논문을 턱턱 써내며 제1 저자에 등록되고 낙제점수지만 학사경고는커녕 장학금을 6학기 연속 받는 조국 딸이 어찌나 부러우면서도 화가 나던지.

  그녀에게 생기는 거센 반발을 단지 지방대생의 질투와 시기로 치부하기엔 조국 딸의 스펙은 정말 말이 되질 않는다. 그렇기에 지방대생뿐만 아니라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도 촛불집회를 열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이 사실이라면 정유라와 다를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국 딸에 대한 논란들과 연이어 터지는 정치인 자녀 입학 비리들은 의혹만으로도 우리를 참 작게 만들었다. 우리와는 출발선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에 허탈해졌다. 분명 계층구조는 사라졌는데 아직도 암암리에 존재하는 기분이다. 잘 사는 집은 계속해서 잘 살고 못 사는 집은 계속해서 못 산다. 괜스레 ‘우리 부모님도 잘살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떠오르지만 이내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 난다’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개천이 아니라 큰 바다에서 뛰어놀고 싶지만, 이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계층을 암묵적으로 나누어 놓고 자식에게 대물려 주니 개천은 개천끼리, 바다는 바다끼리 어울려 산다. 노력해서 올라가도 결국 개천 윗물에 불과하다.

  자녀가 위로 올라가길 바라는 부모님들은 노력을 강조할 게 아니라 본인들 위치가 어디인지 생각해 볼 시기가 닥쳤다. 돈과 권력으로 스펙을 사서 좋은 대학을 보내고 좋은 회사에 낙하산으로 보내면 된다. 실제 취업준비생 중 50% 이상이 합격 내정자가 있는 면접을 겪어보았다고 한다.

  입시제도, 취업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우리들의 노력을 퇴색시키진 않았으면 한다. 누군 땀 흘려 노력해서 겨우 얻어낸 결과인데 누군 에어컨 맞으며 부모가 그 결과를 갖다준다면 우리들의 노력은 더는 의미가 없어진다. 노력이 빛을 볼 수 있는 사회, 요행과 악습이 없는 사회, 그리고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 사회. 그런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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