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단 한 명의 말벗이 필요한 그들
[기자의 눈] 단 한 명의 말벗이 필요한 그들
  • 박예빈 기자
  • 승인 2019.05.2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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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유튜브에서 휴식을 즐기는 노부부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 노부부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가까운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음식을 주문하지 못했다. 노부부가 들어간 음식점은 무인결제기를 이용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주문하는 과정을 힐끗 보면서 차근차근 따라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했다. 결국,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의 눈초리에 그들은 나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음식점은 이제 무인결제기를 사용한다. 인건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만든 수단이지만 젊은 손님들은 무인결제기 사용이 편하다고 한다. 터치로 원하는 메뉴를 시키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 무인결제기는 전혀 편하지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 글자를 읽으며 사용법도 모르는 무인결제기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순간은 곤욕이었다. 기자가 영상으로 본 노부부만 무인결제기 앞에서 망설였을까? 신문물을 익히는 일은 그들에게 어렵기만 했다.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노인도 있지만, 노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고독과 우울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많아진다. 그리고 자신과 일생을 보낸 배우자와 친구의 사망에 서 오는 상실감 때문에 겪는 우울증 비율도 높다. 나이가 들고 자신을 먼저 떠나는 가까운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우울과 불안은 그들을 괴롭게 만든다. 심지어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도 있다.

  사람들은 늙음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나이 드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탱탱했던 피부는 주름지고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일. 늙음은 예전과 다른 자신을 만나게 하는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변화한 자신과 사회를 다시 익히고 살아가는 노인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달라진 자신과 사회를 생각하며 한없이 우울감에 빠지는 노인들은 고립 속으로 걸어간다.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노인들은 젊었던 시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아무리 움직여도 힘이 들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과 미래를 바라보던 시절은 그들에게 눈부신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만히 보면 젊은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노인은 과거를 이야기하는 특징이 있다. 노인들은 미래를 이 야기하지 않고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행복해한다. 하지만 그 시절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경청’이 그들에게는 간절한 일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말벗 한 명이 그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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