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자존심을 팔아라
[한마 아고라] 자존심을 팔아라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05.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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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의 기온이 20도를 넘나드는 어느덧 초여름 날씨가 시작되는 5월입니다. 새 학기의 설렘이 조금씩 차분해져 가는 이때, 캠퍼스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는 청춘의 울림으로 다시 들뜨게 되는 시기입니다. 새내기들은 처음 만난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눈치를 보게 되고, 동기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교도 엄연한 사회생활이므로, 누구와 누구를 만나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잘 보이고 잘나 보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말하기는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알리는 수단이며, 말하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갈등을 풀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돈독해지게 됩니다.

  부모, 형제와 지내는 집이든,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학교이든, 보이지 않게 경쟁하는 직장이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잘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남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상대방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둘째, 상대방과 친하게 지내야겠다, 아니면 저 친구와 사귀어야겠다
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잘나 보여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남을 의식하고 욕심을 가지게 되면 말도 잘할 수 없을뿐더러 상대방과 함께 있는 자리가 불편하게 됩니다.

  상품을 사고파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더욱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상품의 장점은 부각시켜야 하며 단점은 결코 노출해서는 안 됩니다. 이때도 상대방이 나를 평가하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하며, 꼭 이 상품을 팔아야겠다는 욕심도 일단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달변가의 소통의 기술이 아니라 자존심을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수도권 근처 남프랑스 전원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허브 정원에서 예쁜 카페와 프리 마켓을 경영하시는 CEO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분이 들려주신 일화를 소개합니다. 이 CEO분이 여러 명의 임대인 중에서 결코 좋지 않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옷가게의 주인에게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옷가게 주인도 처음에는 유명 브랜드의 의류를 이곳에서 판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처 유명 대기업의 아울렛이 하나 둘 들어서게 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몇 날 며칠 동안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남들이 자기의 처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괘념치 않고 동대문으로 달려가서 젊은 의류 디자이너에게 판매 대상을 설명하고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에 맞추어 디자인한 옷을 하나 둘 씩 쇼룸에 전시하게 되면서 많은 손님이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옷가게 주인은 CEO에게“대표님, 저는 동대문으로 달려가기 전에 자존심을 팔았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자기 자신이 가진 것은 이것밖에 되지 않는데,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게 되면 남의 시선이 두려워지고 결국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옷가게 주인처럼 현재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유명 의류 브랜드를 판매하던 자존심을 버리고, 찾아오던 단골손님들에게 명품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맞춘 옷을 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손님들은 주관대로 판단했을 것이고, 다시 편하게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새내기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나를 자존심을 팔아야 합니다. 내가 누구의 아들인데, 내가 예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잊고,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다가간다면 분명 친구 또는 연인으로 좋은 인연을 맺게 되고, 취업 대상을 선정하고 준비하여 마침내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의 구성원이 될 것입니다.

최수규(노어노문학과 졸업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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