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젊은 꼰대에서 탈출하기
[월영지] 젊은 꼰대에서 탈출하기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9.05.23 17: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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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란 일종의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다. 주로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노인을 비하하는 단어다. 기성세대인 이들은 자신이 겪은 과거 경험이 전부인 마냥 지위가 낮거나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다. 꼰대는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점점 세대를 거쳐 내려왔다. 꼰대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젊은 꼰대라는 단어도 탄생했다.

  젊은 꼰대는 세대를 막론하다 대학가에까지 등장했다. 나는 꼰대보다도 젊은 꼰대가 하는 짓을 보고 더 경악했다. ‘나이도 어린 사람들이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고작 몇 년 대학에 일찍 들어간 걸로 후배들에게 꼰대질을 하는 모습이 참 불쾌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하지만 후배가 1명, 2명 늘어나며 그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고작 1, 2년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후배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우스갯소리로 동기들끼리 장난치던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시 삼켜냈다. 그리고 충격이었다. 내가 그렇게도 욕하던 젊은 꼰대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말에 더 신중을 가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후배에게 과제를 설명해줄 때였다. “우리 때는 이런 식으로 풀어나갔는데 효과가 좋았어.” 말이 끝나자마자 돌아오는 후배의 말은 꽤 날카로웠다. “지금 나 때는 말이야 시작하시는 거예요?” 후배는 농담인 듯 얘기하며 웃었지만 그 말 속엔 뼈가 숨겨져 있었다.

  이 일뿐만 아니라 사건은 또 생겼다. 내가 입학했을 때는 분명 학번 위주였고 선배라는 호칭을 썼었다. 나이는 2번째 문제였다. 동기들이면 나이가 달라도 거의 반말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선후배 사이에 언니(누나), 오빠(형)라는 호칭이 쓰였다. 나는 궁금해서 왜 언니(누나), 오빠(형)라고 부르고 선배라고 부르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후배들은 지금 군기를 잡는 건지 의심스런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다. 단지 호칭이 바뀐 건지 궁금한 마음에 물어본 말이었는데 말이다.

  이제 말 한 마디 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걸 택했다. 젊은 꼰대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후배들과 부딪히며 스트레스 받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후배들과 소통하는 법을 몰라서 생긴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이가 한 살씩 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사회에 젖어들어 젊은 꼰대가 되어버린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예전엔 후배보다 선배가 편하다는 선배들 말도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절실히 느낀다. 나는 현재 아예 부딪히지 않는 방법을 택했지만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면 실천할 의향이 충분하다. 젊은 꼰대에서 벗어나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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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ㅉ 2020-05-26 23:38:37
ㅋㅋㅋㅋ 평소엔 반말 찍찍하고 존댓말 안한다고 혼내던 인간이 탈꼰대 납셨습니다. 실천할 의향도 안보이던 꼰대새끼가 뭘 이딴글을 쓰는지

독자 2019-05-25 17:11:12
정말 공감합니다. 저 또한 후배들과 마찰이 있거나 같이 있으면서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젊은 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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