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바탕색이 될 노숙인(人)을 바라보다
[기자의 눈] 바탕색이 될 노숙인(人)을 바라보다
  • 이아름 기자
  • 승인 2019.04.0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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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회색으로 칠해진 그들의 세상. 이미 어두워진 팔레트는 아무리 밝은색으로 덧칠해도 밝아지지 않는다. 그저 더 어두워지고 얼룩이 져버린다. 우리는 노숙인을 흑색으로 본다. 그들의 옷차림만 봐도 어둡기에.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들을 하얀색으로 칠해주고 싶었다. 어떤 색을 입혀도 어울릴 바탕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거부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어 글을 써본다.

  그들은 항상 날이 서 있다. 우리는 노숙인을 안타까움의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들을 냉정하게 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작년 기준 1만 명의 노숙인이 늘어나 그들에 대한 복지혜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그들이 충분히 일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복지혜택 모두 세금으로 사용되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자는 1년 전부터 그들의 세상을 글로써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거리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하지만 학생 기자의 신분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왜 이렇게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 일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 일도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인 양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동정일까. 언젠가 유튜브를 검색하다 ‘노숙자분들과 술 마시고 불금달리기’라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에서는 젊은 남자들이 서울역 근처 노숙인들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영상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들은 충분히 일하며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하지 않고 있었다.

  영상 속 한 노숙인은 한때 대학교수를 하고 사업에 욕심이 생겨 일을 벌이다가 하락세에 올라탔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동시에 찾아왔고, 그것을 더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노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모든 걸 다 잃어버린 노숙 생활에 안도감을 느껴요. 누구는 그래요. 술은 끊어도 서울역은 못 끊는다고.”라며 현재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일반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들은 과거의 스트레스가 노숙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에 노숙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지우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는 가끔 그리워는 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아 보였다. 가족, 재산, 심지어 신발까지 잃은 그는 안정적인 삶보다는 불안정한 지금의 삶에 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자는 그들에게 따뜻한 밥을 사 줄 수도, 먼저 말을 건넬 수도 없다. 사실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만 같다. 하지만 기자의 붓으로 그들에 대한 인식은 바꿀 수 있다.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 중 어느 하나 틀린 것은 없다. 그저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들이 무채색이 아닌 바탕색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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