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월 광주’와 민주주의,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
[사설] ‘5월 광주’와 민주주의,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
  • 언론출판원
  • 승인 2019.02.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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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다시 ‘5월 광주’ 문제로 이 땅이 뜨겁다. 상호이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뜨거운 게 아니라 한 줌의 정치모리배들의 선동으로 분노와 증오의 서슬이 퍼렇다. 대법원 판결까지 난 ‘광주민주화 운동’에 관해 지만원이라는 작자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북한군 개입설’을 여전히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진실과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만원은 줄기차게 5·18을 ‘북한군의 게릴라 작전에 의한 폭동’이라 말했고. 최근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 속의 위르겐 힌츠페터가 북한의 고정간첩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은 ‘5·18 폭동’, ‘5·18유공자들의 괴물집단에 의해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국회가 제정하고 정부가 공포한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의 제정취지에 먹물을 끼얹었다.

  이번 파동의 진원지인 지만원 씨는 수년 전부터 5·18 당시 사진 속 인물과 지금의 북한군 및 고위 인사, 탈북자 얼굴을 비교한 사진을 근거로 5·18이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의 소행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지 씨는 남한에 거주하는 일부 탈북자들에게 ‘탈북광수’라고 지칭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입장과 관점이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정신이다. 이번 망언 사태는 어떤 의미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포용의 선을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비이성적  ‘사이코같은’ 언행을 어디까지 포용할 것인가?

  하지만 이들에 대한 폭력과 린치는 금물이다. 폭력의 악순환은 혼돈을 가져오고 이는 민주주의의 부정이 된다. 인내와 관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전한 양식과 철학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지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는 것 같다.

  2. 지난 16일로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선종(善終) 10주기였다. 10년 전 서울 명동대성당 주변은 40만 명의 추모 인파로 뜨거웠다. 유신과 군사 독재 정권 치하에서 다른 무엇보다 시대와 민중의 아픔을 몸소 함께 하려 했던 그의 존재감은 이후 한국 사회, 한국 교회의 남루한 모습들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청빈한 생활과 함께 노동과 영성을 추구하는 사제들의 모임인 프라도회가 있다. 김 추기경의 도움으로 1975년 출발했다. 프라도회의 정신 중 하나가 ‘사제는 먹히는 존재’라고 한다. 이러한 정신과 맞닿아있는 ‘김수환 추기경’의 이러한 정신의 부활 없이는 건전한 교회도, 상식적 민주주의도 불가능해 보인다. 겨울 끝자락의 바람이 시린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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