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10·18 문학상 현상공모 - 시 '창밖을 열다'
제32회 10·18 문학상 현상공모 - 시 '창밖을 열다'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9.01.0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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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가작: 노윤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창밖을 열다

 

비 내리는 유리창을 닦는다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빗방울

두 개의 물방울이 모인다

커진 물방울은 빠르게 흘러내린다

검지손가락을 가져가지만

내가 있는 곳에선 만질 수 없다

창밖 새파란 은행잎이 흔들린다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다

잎사귀 한 장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아무리 닦아내려 해도 닦이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다, 나의 세상은 창밖 풍경과 다른 곳이다

유리창을 열어 제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차가운 빗방울이 온몸을 적신다

너에게로 가는 창문을 여는 일

빗소리가 들린다,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10·18문학상 시 심사평

  우리 대학은 명실 공이 ‘교육이 강한 대 학’이다. 또한 문단에 서는 ‘문학이 강한 대 학’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문학 중에서도 시인이 많이 배출된 대학이다. 그래서 미 래의 10.18 시인을 만나는 투고 작품 60 편의 시를 읽는 기분 은 동문 시인으로 감회가 남달랐다.

  시 속에는 젊은 대학생들의 사랑과 고민, 현 실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다수, 아직 은 보석이 아닌 거친 원석 수준이지만 그 속에 서 대학생다운 반짝이는 가능성을 읽을 수 있 어 좋았다. 그 중에서 ‘편지’ ‘인공위성’ ‘창밖을 열다’를 최종 심사 작품으로 뽑았다.

  ‘편지’는 어린이 동시풍의 작품이다. 차분하 게 몽당연필로 편지를 쓰는 순간순간이 진행 된다. 편지에는 ‘성장통’을 앓는 쓸쓸한 마음이 담겨진다. 이 시에서 연필 속 ‘흑연’이 참신한 시어로 읽힌다. 그러나 흑연이란 말이 3번이 나 나와 처음의 신선함이 반감된다. 시는 어휘 력(낱말창고)이 풍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공위성’은 소재가 신선한 작품이다. 별이 아 닌 인공위성의 정의가 ‘별이 될 수 없는 이가 그 와 함께 떠있어야 한다니’라는 이 한 문장에서 누구든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다들 밤 하늘 별 을 볼 때, 그 별 속에 빛을 잃은 채 갇혀있는 인 공위성을 보는 시선은 소중하게 읽힌다. 그러나 그리다 만 그림 같은 시적구성이 약했다. 구성을 튼튼하게 하여 시를 밀고 가는 힘이 필요하다.

  ‘창밖을 열다’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다. 제목부터가 창을 열다가 아니라 ‘창밖을 열 다’로 호기심을 끈다. 시의 묘사도 좋고, ‘~다’ 로 이어지는 행(行)이 시적 긴장을 가져다준 다. 그러나 ‘나의 세상’과 ‘창밖의 세상’이 다르 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주제의식이 약했다. 주제의 힘을 기르길 바란다.

   각 시에 대한 이런 장, 단점으로 하여 ‘창밖 을 열다’를 가작으로 선하고, 다른 두 작품을 장려로 추천한다. 입상자에게 축하와 노력을, 모든 투고 학생들에게 시를 쓰기 전에 시와 시 집을 많이 읽기를 권한다.

정일근(동문 시인, 문과대학 석좌교수)

 

10·18문학상 시 가작 수상 소감

  대학에 입학을 하 고 여러 강의 중 창작 글쓰기 강의에서 파 블로 네루다의 ‘시’라 는 시를 읽게 되었습 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가 하며 몇 차 례 더 읽은 후, 한참 을 멍하니 있었습니 다. 한 행씩 읽어 내 려갈 때마다 머리를 망치로 크게 한 대 맞은 듯한 강한 충격을 받았 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몇 개의 시를 끄적 이며 내려갔습니다.

  ‘창밖을 열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방 에서 밖을 바라보다 쓴 시입니다. 밖과 안의 경계는 창문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편안한 밖과 제가 있는 곳은 너무나도 달랐습 니다. 제가 있는 곳은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 고 학점에 목숨을 걸고 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곳이었습니다.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고 편안 한, 이상적인 삶을 생각하며 밖과 같은 세상을 꿈꾸는 시입니다.

  저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즐겼습니다. 잘 쓰 지는 못했지만 좋아했고 여러 백일장을 다녔 습니다. 흰 종이에 손으로 써 내려가 적은 짧 은 글에 몇 개의 상을 받다 보니 글을 쓰는 것 이 즐거워졌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시를 썼고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무작정 짧 은 글에 재미를 느꼈지만 금방 한계를 느꼈습 니다.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를 읽고 쓰며 제 자신을 갈고닦는 길뿐이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받은 상은 더 많이 갈고 닦아 실 력을 배양하라고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때 시의 기초부터 가르쳐 준 김봉희 교수님, 성선경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후 대학에 들어와 전공 강의를 포함해 청년 작가아카데미에서 제 글에 대해 아낌없는 조 언과 시에 대해 가르쳐 준 정일근 교수님, 이 재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 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같이 강의를 들었 던 선배님들과 친구들, 항상 응원하고 든든하 게 옆에서 도와준 경남대학보사 선배, 동기, 후배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노윤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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