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2929] 할 게 있는 아침이 싫다
[톡톡 2929] 할 게 있는 아침이 싫다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8.12.1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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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저혈압 증상이 있다. 더군다나 야행성이라 다소 늦은 밤까지 뭘 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다. 일어나야 함을 아는 것도 싫고, 뻑뻑하고 둔탁한 눈꺼풀을 애써 치켜뜨는 것도 싫다. 일정을 소화해야하나 그냥 오늘만 대충 넘길까 하고 속으로 속삭이듯 하는 나와의 타협도 싫다. 이런 일들을 밤 동안 깨어있던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위 ‘악의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아침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마음이 스스로 투정으로 느껴진다.

  과거 수십 차례의 자기합리화와 자체 공강 후 깨달은 현실을 파악하고 나서 오히려 산뜻하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하루는 내 침대에 누워서 문득 머리로 상상을 해봤다.

  강의 출석체크 창에 남겨진 내 결석란을 상상하니 초라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강의를 가지 않은 내 기분과 출결이 반영된 성적의 무게를 비교해보니 마음이 무척 무거워졌다. 내가 일어나야하는 이유는 다수와 맺은 약속이다.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없다고 해서 전체 강의가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라, 나만 손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이 명명백백한 이치들이 나를 변화 시키지 않았을까? 단순하지만 명백한 이 사실이 머릿속에 박힌 후, 내가 강의를 들었을 때 출석 자체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마치 실체가 없는 거대한 손가락이 내 몸을 떠밀어 나를 강의실로 밀어 넣었을 때 느껴지는 이유모를 더러운 기분이 사라졌을 뿐이다. 기분이 달라졌다고 표현했지만 나에게는 우주가 뒤바뀐듯한 변화였다. 이걸 스무 살을 5년이나 훨씬 넘어서야 확실히 깨달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몸소 12년 동안 ‘의무적’으로 교육 받아온 사실을 지금에야 깨우친 것을 부끄러워해야할까 아니면 이제라도 내가 안 것에 안도해야하는 것일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처럼 새삼 스스로 새기고자 하는 사유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기상 시간이 되면 번쩍 눈이 뜨이는 습관이 생긴 건 아니다. 오늘 강의실을 가지 않았을 때, 내가 느낄 패배감과 찝찝함을 벗어나려고 무던히도 노력해서 변한 느낌이 맞는 말일것이다. 강의에 가야할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진심으로 듣고 싶은 강의는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 아니 서른도 안 된 내 마음 속에서 몸부림칠 때 무척 힘들다.

  그리하여 내가 꿈과 현실의 경계에 허우적대며 헤매고 있을 때 쯤 나는 갑자기 김해, 함안과 같이 더 열악한 환경에서 통학하는 학우들을 떠올려본다. 잠시 후에 나는 정신을 차려 다급히 신발주걱으로 꾸역꾸역 내 신발을 신는 나를 포착할 수 있다.

  이번 학기는 모든 강의가 1교시인데 화요일만 2교시이기 때문에 월요일 밤은 나의 마음이 조금 편안하다. 그래서 월요일 밤이 좋다.
왜냐하면,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을 이룰 수 있는 밤이기 때문이다.

김재한(문화콘텐츠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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