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참을성 많은 오디세우스처럼
[교직원 칼럼] 참을성 많은 오디세우스처럼
  • 언론출판원
  • 승인 2018.1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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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어난 춘천의 예비신부 살해 및 부산 일가족 살해 사건의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조급하고 잔혹해지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 사건은 경찰이 현재 조사 중이지만, 부산 사건은 가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두 가해자 모두 젊은 청년들이다. 흔히 꿈 많은 청춘이라고 표현하는 시기의 이들은 왜 자신과 함께 다른 사람들을 파멸로 몰고 갔던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상황과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조금만 더 인내했더라면, 한번만 더 숙고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노의 상황에 직면할 때 오디세우스의 인내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호메로스는 그를 인내와 숙고, 지혜의 대명사로 노래하였다. 호메로스의 대표작인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인 그는, 트로이 전쟁 후 부하들과 함께 귀향의 여정에서 여러 가지 역경과 모험을 만나게 된다. 특히 외눈박이 거인족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혀있을 때, 인육을 먹는 거인의 식사로 끼니때마다 부하가 2명씩 희생당하는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잠자는 거인을 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는 참고 또 참았다. 그 이유는 당장의 앙갚음보다는 그 후에 일어날 사태를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은 거대했으며 그는 출입 때마다 동굴입구를 엄청난 크기의 바위로 여닫았다. 그 바위는 장정 여러 명의 힘으로도 결코 움직일 수 없는 무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세우스 일행이 잠자는 거인을 죽인다면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는 해소되겠지만, 그들 역시 동굴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오디세우스는 분노를 자제하고 탈출방법을 숙고한 후 실행에 옮겼다. 그들은 외눈박이 거인에게 포도주를 먹여 취해 잠들게 한 뒤, 창처럼 긴 올리브나무 가지를 불에 달궈 외눈을 멀게 하였다. 다음날 아침 장님이 된 거인은 가축들을 들판으로 내보기 위해 동굴 문을 연 후 일일이 손으로 더듬으며 점검하였으나, 오디세우스 일행은 숫양들의 배에 매달려 보기 좋게 탈출에 성공하였다.

  오디세우스의 성공적인 탈출은 그가 가진 지혜에 힘입은 것이었다. 지혜는 하루아침에 획득되지 않는다. 지식, 자신의 경험, 그리고 타인의 경험을 잘 활용함으로써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동서양의 고전 속에는 분노를 비롯한 수많은 부정적 정서들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한 삶의 표본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위인들의 삶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분노의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행동한 참을성 많은 오디세우스처럼.

정은주(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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