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학내 폭력, 끊이지 않는 피해자의 아픔
반복되는 학내 폭력, 끊이지 않는 피해자의 아픔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4.10.1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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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폭력 악습을 근절시킬 방안은?

  대학은 배움의 열정을 함께 이루는 장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폭력은 다른 이의 인권을 짓 밟기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심각하게 성행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학내 폭력이 완화된 모습을 보이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 발생해 전국 대학에서 내부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사람의 찬란한 청춘과 미래를 앗아가는 학내 폭력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학내 폭력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자. / 대학부

  학내 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신입생 군기 잡기’ 문화가 있다. ‘신입생 군기 잡기’ 문화란 선배가 신입생에게 인사와 술 강요, 복장 규정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라는 명목하에 부당한 집합을 시키거나 욕설이 난무한 상황이 비일비재 하다. 부당한 군기 문화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병폐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정신적 문제를 겪거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등 일상생활에 심한 타격을 입는다.

 

- 학내 폭력이 끊기지 않는 원인은?

  학내 폭력은 왜 제대로 근절되지 못할까? 먼저 ‘보복심리’ 때문이다. 신입생 시절 부당한 군기와 갑질을 당한 학생이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후배에게 되갚아주려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자신이 다른 이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해 서로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점도 있다. 따라서 지위가 낮다고 판단되는 후배에게 원하는 일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기인해 폭력과 폭행을 자행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도 똑같은 가해 자로 만들 뿐이며, 명백히 잘못된 행위다. 강압이 아닌 선·후배 간 협력하는 대학 문화를 조성해 학 내 폭력 악습의 대물림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학내 폭력이 하나의 관행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지대한 원인이다. 불합리한 명령을 지시해도 부 정한 행위가 아닌 오히려 집단을 위한 일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렇기에 타인에 대한 죄의식이 무 감각해진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랫사람이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도 윗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며, 그렇게 해야 조직적 연대가 강해진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군기 문화를 발생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내부고발을 할 시 가해 학생 사이에 소문이 만연해질 것을 두려워한다. 가해 학생이 다른 이들에게 고발 사실을 알릴 시 인간관계 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향후 취업 및 학계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피케에 따르면 학교 폭력은 언어적·물리적 조롱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차츰 수위를 높여 가던 가해 학생이 피해자의 무력함을 발견하면 폭력으로 심화한다. 피해자가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괴롭힘이 본격화되는 단계다.

 

- 학내 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학내 폭력과 예방에 관해 사람들은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재했다. 학생 A는 “정돈된 질서 유지 등 학과마다 군기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 의사 존중과 인권이 중요하게 부각 되는 시대에 맞춰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며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폭력과 술 강요 등 부당한 군기는 자제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B는 “언론을 통해 학내 군기 및 폭력에 관한 여러 사례를 접했습니다. 선배를 대하는 매뉴 얼, 학내 행사 필수 참여 등의 부당한 요구로 인 해 피해 학생이 피해를 입은 상황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존재하는 대학의 부당한 군기 및 폭력 문화에 대해 폭력 처벌 약화 문제와 군기 문화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 C는 한국의 잘못된 공동체 의식 문제를 짚었다. “현재도 한국 사회는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 하고 집단을 중시해 그대로 덮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라며 내부고발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존재함을 비판했다. 한국 사회는 공익을 위해 사안을 폭 로한 내부고발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들은 동료들 사이에서 ‘배신자’, ‘사회부적응자’라는 낙인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해 막 대한 정신·물질적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폭력을 신고한다면 인원이 적은 소규모 학과에선 내부고발자가 특정되기 쉽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 학내 폭력 발생 시 절차와 대처 방안은?

  만약 학내 폭력이 발생한다면 우리 대학에서는 어떤 절차가 이뤄질까?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학생지원팀 박재우 팀장을 만나봤다. 먼저 학내 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 학생, 가해 학생, 관 계자를 통해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한다. 성희롱, 성범죄 폭력이 발생한다면 인권센터에서 자체적 으로 조사를 진행한 후 상벌위원회에 보고를 올린다. 이후 일차적으로 단과대학에서 가해 학생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진행한다. 상황을 면밀하 게 검토해 가해 학생에게 적절한 징계를 내리는 단계로 규정돼 있다. 징계 처분은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및 퇴학이 내려진다. 위원회 결과에 가해 학생, 피해 학생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본부에서 상벌위원회 재심을 진행한다. 이때, 학생 지원팀이 위원회를 주최해 결론을 다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돼 익명성이 보장된다.

  “학내 폭력이 발생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주변에 알리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학내 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 언론 등에 정보가 바로 알려지는 시스템이기에 심각한 학내 폭력이 감소하는 경향이다. 그럼에도 학내 폭력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에 평소 경각심을 갖고 대처방안을 알아야 한다. 학생지원팀 박재우 팀장은 “학내 폭력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피해를 당한 학생이 학과 교수, 학생지원팀 등 바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며 어려움이 있다 면 적극적으로 찾아와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존중받을 인권을 가졌다. 누구라도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금지돼야 한다. 대학교의 부당한 군기 및 폭력은 형법 324조 강요죄에 해당하는 엄연한 범죄기에 처벌이 가능하다. 윗사람의 지시란 이유로 부당한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마땅히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학생들의 비판의식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주변을 살펴 폭력을 당하는 학생이 존재하지 않는지 주의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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