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밤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5곳의 점포가 반소되고, 13곳의 점포가 부분소되는 피해를 보았다. 추석 대목을 앞둔 상황에서 때아닌 날벼락을 맞은 상인들이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역의 대표 전통시장 역할을 하는 마산어시장의 사고인 만큼, 현재까지의 상황을 취재했다. / 사회부
마산어시장은 영조 36년인 1760년 자연스럽게 형성돼, 현재까지 약 260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우리 지역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예년처럼 추석 대목을 기대하며 판매 상품을 준비하던 9월 3일 밤,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에 청천벽력같은 화재 소식이 전해졌다.
>화재와 초기 대응
지난 9월 3일 22시 12분경, 마산어시장 입구 공영주차장 옆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처에 있던 마산어시장 청과시장 상가가 불탔다. 영업 종료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주상복합건물의 거주민들이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이 화재로 점포 15곳이 반소하고 13곳이 부분소하는 피해를 봤다. 소방 당국은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 인력 104명과 소방 장비 38대를 투입했고 화재 발생 약 1시간 만에 큰불이 잡혔다. 화재 발생 후 약 2시간이 지난 4일 0시 5분에 완전 진화됐지만, 화재 감식 및 현장 조사가 끝나지 않아 피해 상인들이 상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추석을 대비해 쌓아둔 물건을 수습하지 못하는 불편도 있었다.
상가 건물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소금창고로 건축된 지 100년 이상 된 목조건물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인에 의해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개조를 거쳐 상가로 이용되고 있었는데, 건물의 기본 틀은 유지됐기 때문에 상가 전체의 지붕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지붕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져 비교적 짧은 시간에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 사태에서 마산어시장 상인회가 추정한 최대 재산 피해는 20억 원 가량이다. 대목인 추석 장사와 예약주문 소화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상품을 가게에 보관하고 있던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손해에 대해 보상받을 길은 요원하다. 대부분의 점포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피해액에 훨씬 못 미치는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전통시장 화재공제 보험’은 정부지원을 통해 저렴한 공제료로 가입할 수 있고, 지자체에서도 보험료 상당 금액을 지원한다. 가입이 거절되는 일이 없고 보장 한도 내에서는 피해액을 전액 보상받을 수 있어 민간 보험보다 유리하다. 기자가 조사해 본 결과, 이 상품에 18개 점포가 가입했지만, 2개 점포를 제외하면 최소 보장 액수인 100만 원으로 가입해 실제 피해에 비해 매우 적은 금액만 보장받는 셈이다. 나머지 10개 점포는 공제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보험회사에 개별적으로 가입을 시도했던 상인들은 점포의 건축 자재 및 소방시설 등의 이유로 가입 자체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편 소방 당국에서는 피해 규모를 5억 8,000만 원으로 잠정 추산했다.
>추석 전후 상황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지막 평일이던 9월 12일,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을 찾았다. 대로변과 수산시장은 추석을 맞아 생선, 고기 등을 사러 나온 인파로 붐볐지만, 직접 화재 피해를 본 청과시장 안쪽은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조용했다. 불탄 상가는 철제 가벽으로 가려져 있었고, 벽 위에는 빠른 피해복구를 약속하고 상인들을 독려하는 창원시의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가벽 너머에서는 탄내가 채 가시지 않아서 당시 현장의 심각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자체가 마련한 임시 영업장은 화재 3일 후, 이 가벽 맞은편 도유지에 설치됐다. 영업 중인 상인들에게 시에서 보상 등을 약속한 내용이 있는지 기자가 질문하자, 보상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취재 당일에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송편을 나눠 먹고 농담을 던지는 등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서로 돕고 있었으며 인심도 여전했다. 한 상인은 우리 대학을 졸업한 아들의 이야기를 했고, 다른 상인은 수시 원서를 작성하는 자녀 걱정을 하는 등 재난에도 무너지지 않은 일상이 엿보였다. 하지만 적막한 골목에서는 슬픔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대학 졸업생인 한 직원은 “거리 안쪽의 상가에 세워진 가벽에 상권을 되살리고 원상복구 하겠다는 시의 약속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정작 영업 재개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골목 밖에는 없어요. 시장을 원래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은 물론, 기존 단골들도 영업 재개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방문 당일은 추석을 사흘 남짓 앞둬, 시장이 붐벼야 할 오후였음에도 청과시장에서는 기자 외의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사회 대응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에서는 청과시장에 대한 구매 장려 운동을 펼쳤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700만 원어치의 과일을 구매했고, 경남소방본부, 경남도청 각국 실과 등에서도 13일까지 총 572만 원어치를 주문해 힘을 보탰다.
소비 운동 외에, 성금을 모아 상인들을 도운 지역 구성원들도 있다. 창원시청 안전총괄담당관 직원들은 을지훈련 포상금을 모아 총 200만 원을 기부했다.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에서도 피해 점포의 생업 복귀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며 3,000만 원을 현금 기탁했다.
창원시에서는 생활안정지원금 300만 원, 재해 및 복구 보상비 200만 원, 창원상공회의소 기부금 100만 원 등 총 600만 원의 현금을 상인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소상공인 정책대출 시 1억 원 이내에서 1년 간 2.5%의 이자를 보장하고, 중기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시 최대 1억 원을 5년 간 2%의 이자로 보장하는 지원도 계획 중이다. 마산어시장 상인회에서는 13일까지 성금 도합 8,090만 원이 모였고, 이달 말까지 모은 성금을 마산어시장 청과시장 화재 피해 상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 상인의 재기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창원시와 경남도, 마산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이번 어시장 화재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많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인 가게를 잃고, 큰 재산 피해를 겪은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상인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영업 재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단골들도 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초 사건에 대한 주목이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산어시장 화재는 이제 상인들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마산어시장이라는 공동체,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문제다. 지자체와 정부, 관련 기관의 빠른 협의로 조속한 피해 복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글: 원지현·김송현 기자, 사진: 김송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