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불러온 응급실 대란
의·정 갈등이 불러온 응급실 대란
  • 박성한 기자
  • 승인 2024.09.25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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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응급의료센터의 모습
지역응급의료센터의 모습

 

  지난 2월 1일 정부에서 2,000명 규모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함께 발표했다. 당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확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의학교육 질 저하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가져온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을 선언하며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증원 발표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주장에 매우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정부는 국민 생명·건강에 위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에서 규정한 모든 제재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체가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병원의 수련의와 전공의의 사직을 시작으로 의대생도 집단으로 휴학계를 신청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급기야 전문의와 교수들까지도 사직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과열되자 정부는 의·정 협의체를 제안하고,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전면 중단하는 유화책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며, ‘의료 현장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자,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속출했다. 수술이 예정돼 있던 환자의 일정이 미뤄지거나 외래진료 예약이 밀리는 일이 빈번히 벌어졌다. 생과 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들이 방문하는 응급실의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원래도 과중한 응급실 업무가 소수의 인원에게 집중되자 현장의 의사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러다가 환자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겠다.’며 사직하는 의사들은 늘어만 갔다. 이런 현상은 현장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이어졌으며, 점점 더 많은 의사가 응급실을 떠나는 악순환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에 진료할 의사가 없자 응급환자가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냐는 물음에 번번이 돌아오는 대답은 ‘수용 불가’였다. 그 결과 환자는 길에서 받아 줄 응급실을 찾을 때까지 이른바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의료 대란’을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계에 진료 협조를 요청하고, 이를 의료계가 응하면서 이번 연휴에 문을 연 병의원은 하루 평균 9,781곳에 달했다. 응급실의 경우, 전국 411곳 중 408곳이 연휴 기간 24시간 운영했다. 경증·비응급 환자가 병의원으로 분산돼 응급실이 중증 환자 위주로 운영되어 당장의 ‘의료 대란’은 피할 수 있었다.

  눈앞의 위기는 넘겼지만, 일각에서는 ‘현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의료진의 피로는 극에 달해 다음 달부터 응급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의·정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머지않아 전공의 등 동료 의사들이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줘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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