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그루터기] 우리의 ‘교가’를 힘차게 부릅시다
[정일근의 그루터기] 우리의 ‘교가’를 힘차게 부릅시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9.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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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나무는 제 역할과 생명을 다한 뒤 ‘그루터기’(Tree stump)를 남깁니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듯 나무 역시 자신의 존재를 남깁니다. 그 존재를 우리는 ‘그루터기’라 부릅니다. 나무를 베면 밑에 두꺼운 뿌리 부분만 남습니다. 이것을 그루터기라고 합니다. 저는 그루터기에 앉아 ‘그루’가 남기는 ‘터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초목을 베고 남은 밑동을 그루터기라 합니다. 그건 ‘뿌리그루’입니다. 나무엔 ‘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이 있습니다.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결국은 자기가 본래 났거나 자랐던 곳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입니다. 오랜 시간 걸어온 ‘발밤발밤’의 길에서 이제 그루터기로 자리를 옮겨 앉아봅니다. 좀 더 냉철한 관조(觀照)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교가를 부를 줄 아십니까? 한 학교의 교가는 ‘학교를 상징하는 노래.’입니다. ‘학교의 교육 정신, 이성, 특성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학내 행사에 교가 제창은 빠지지 않는 의례입니다. 그런데도 침묵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 교가는 이렇게 1, 2절로 이뤄져 있습니다. 1절은 ‘일천 년 신라 가야 오랜 전통이 굽이굽이 서려 있는 월영대 언덕 세기의 빛을 받을 진리의 전당 새 역사 창조하리 우리 손으로.’, 2절은 ‘가슴마다 간직한 높은 이상 혈관에 피가 끓는 정의와 정열 학문을 실천하는 힘과 슬기로 새 세계 건설하리 우리 손으로.’로 이뤄져 있습니다. 1, 2절 후렴으로 ‘보라 진리 자유 창조의 요람 겨레의 보람 경남대학교 이 시대 큰 사명 다하리 조국을 위해 인류를 위해 시대의 큰 사명 다하리 조국을 위해 인류를 위해’가 이어집니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지난 8월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한 글이 잇달아 올라오자 교토부 지사가 자제를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뉴스를 접한 학우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고시엔 전통에 따라 한국어로 자신들의 교가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합니다.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었습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으로 교가도 한국어로 돼 있습니다. 교토국제고 재학생은 일본인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국어로 당당하게 교가를 불렀습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교가를 힘차게 불러봅시다. 무학산이, 합포만이 깜짝 놀라도록 우리의 노래를 부릅시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노래는 ‘참말’이기 때문입니다. 교가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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