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갈수록 늘어난다. 더불어 기업들은 구직자들의 실무 경험 역시 중요시한다. 대학생들은 이에 발맞춰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쌓으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장실습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현장실습은 산학협력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학생의 직무 능력 향상과 지역사회 인재 공급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현장실습. 그러나 이 현장실습에도 그림자는 존재한다. 직무와 상관없는 단순 잔업 요구, 무임금 등 여러 문제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실습생도 적지 않다. 현장실습의 명과 암에 대해 알아보자. / 대학부
이번 기사에서는 현장실습 중에서도 ‘사회복지 현장실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실습이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160시간 이상의 현장실습 활동을 말한다. 실습 가능 기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선정해 매년 공고한다. 선정된 기관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실습을 마치고, 이후 30시간 이상의 실습 세미나를 이수해야만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발급이 가능하다.
- 현장실습이란?
사회복지 현장실습은 학부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을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직접 적용하며 실무를 익혀가는 과정이다.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교과과정만으로는 완전히 습득할 수 없고, 실제 직무를 경험해야만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수 교과과목을 이수한 3~4학년 학생들은 실제 사회복지 기관에서 실습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고 있다. 국가는 법률 시행규칙을 통해 필요한 실습 및 세미나 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사업과 관련된 법인·시설·기관 및 단체로 실습 기관에 대한 기준을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기관으로 규정 사항이 강화되기도 했다. 정해진 실습 기관에서 정해진 실습 과정을 통해 실습을 마쳐야만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다.
- 실무경험이라고 하기엔 모호한 활동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저마다의 분야에 대한 경험을 키우고자 하는 기대를 품고 실습 기관에 방문한다. 그러나 실제 실습현장의 모습은 기대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존재한다.
지난 7월 시작해 약 한 달간의 현장실습을 마친 K학생은 기존 일정에서 벗어나는 잔업 요구에 당혹스러웠던 사례를 언급했다. “사업계획서 작성 교육을 받는 것으로 예정된 날이었는데, 종일 사무실 청소만 하다가 퇴근했어요.” 당초 받기로 했던 교육이 아닌 실습 외적인 업무를 수행했던 것이다. 이어 “당연한 듯 잡무를 시키는 기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어요.”라고도 말했다.
J학생은 거주 지역 인근 아동복지 시설에서 지난 8월 동안 현장실습을 했다. 실습 내용을 회고하던 J학생은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행사 뒷정리를 맡는 게 활동의 대부분이었어요.”라며 “시설에 방문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상담 경험을 쌓는 걸 기대했는데, 그럴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웠어요.”라고 말했다.
실습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실습의 질은 학생들에게 부담 요소로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방문해 보기 전까지는 해당 기관의 실습 환경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먼저 현장실습을 다녀온 선배 학생들의 조언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들의 의견이다.
- 조건을 강화했지만 여전한 부실 실습 문제들
이러한 지적에 현장실습에 관한 규정은 보완·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내실화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미지수다.
부실 실습, 허위 자격 취득 등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 이후 현장실습 시간은 12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늘어났다. 대학에서 진행해야 하는 실습세미나 시간도 30시간 이상으로 의무화됐다. 더불어 실습 기관에 대한 기준 역시 기존 ‘사회복지사업과 관련된 기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기관’으로 까다로워졌다. 대학 강의와의 낮은 연관도, 형식화된 현장실습이라는 지적에 대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 코로나19 기간 문을 닫은 실습 기관이 많아지면서 허위 실습 사례는 더 많아졌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짜 실습 제공으로 고발당한 기관은 11곳이 넘었다.
현장실습을 위한 실습비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2021년 사회복지사 자격관리 지침’은 실습생이 부담하는 실습비를 10만 원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사회복지현장실습 실시기관으로 선정된 창원 지역 내 기관 중 실습비가 10만 원이 넘는 곳은 40곳이 넘었다. 그중 20만 원 이상인 곳은 17곳이었으며, 30만 원에 달하는 기관도 존재했다.
- 교육과 노동, 모호한 정체성
부실한 실습 기관에서 실습을 마친 학생들이 회고한 활동은 교육 이라기보단 노동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임금을 받았어야 한다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현장실습으로부터 느끼는 아쉬움과 바람은 간단했다. 경험을 쌓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며 실습을 하러 갔으니, 그에 맞는 배움을 얻자는 것이다. 물론 많은 실습 기관이 효율적인 커리큘럼으로 예비 사회복지사들을 원활하게 양성해내고 있지만, 부실한 실습 기관을 찾는 학생들이 매년 발생한다는 점은 문제적이다.
실습 기관의 입장 역시 존재했다.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한 기관의 사회복지사는 “실습생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기관의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습생 지도 업무와 기존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탓에 충분히 실습지도를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원활한 실습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음에도 재정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실습생을 모집하는 기관도 존재합니다.”라고도 말했다.
현장실습은 1학년 때부터 배워온 전공 지식을 실무에 적용시킨다는 점에서 대학 생활의 결실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각자가 희망하는 취업 분야에 대한 적성을 확인하고 미래 직업인으로서 본인의 상을 그려볼 기회라는 점에서 현장실습은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기회다. 그러한 기회를 형식적으로 소모하는 건 크게 아까운 일일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