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뮤지션을 보기 위해 구태여 서울로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유튜브에 검색하기만 하면 고화질로 녹화된 공연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LP나 CD를 구매할 이유도 줄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곧바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어느 때보다 우리와 가까워졌다.
어떤 음악이든, 어느 곳의 음악이든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사람들이 듣는 음악은 도리어 ‘서울’의 음악으로 한정되어 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울의 음악이라는 건 별다른 형식을 특징 짓는 말이 아니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 번화가를 걸어 다니다 보면 들려오는 음악들이 모두 서울의 음악이다. 그리고 이들은 서울에서 생산되는, 달리 말해 대형 기획사에서 만들어지는 음악들이다.
음악 문화를 향유하는 데 있어 장소라는 요소는 간혹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성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대중음악이라는 경향성을 공유하더라도 대형 자본의 영향 아래 비교적 상업성에 집중하는 수도권의 음악과 지역의 음악은 분명 다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음악이라고 꼭 ‘인디’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중심부의 정서와 지향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의 측면에서 다름이 존재한다.
꼭 상업성이나 개성 따위의 거창한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지역에서 음악 문화가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탄생해, 공연하는 뮤지션을 접하는 건 생각보다도 즐거운 일이다. 서울의 대형 콘서트 홀은 웅장함과 압도감을 제공하지만, 지역의 인디 공연장은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많다.
지역에서 음악을 만들고, 지역에서 노래하는 뮤지션은 이미 많다. 잠시 스트리밍 플랫폼의 음원 차트로부터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본다면 보다 색다른 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2개 부문을 석권한 밴드 ‘소음발광’이 활동 중이다. 광안리를 기반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세이수미(Say Sue Me)’나 올해 정규 2집을 발매한 ‘보수동쿨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창원에도 밴드가 많다. 데뷔한 지 벌써 10년을 넘긴 ‘엉클밥’은 물론, 작년 첫 EP 앨범을 발매하고 경남 각지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잔물결’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의 음악을 담아내는 공간도 각지에 존재한다. 대구의 ‘꼬뮨’, 부산의 ‘오방가르드’, 거제의 ‘언드’처럼 말이다. 무더운 여름마다 한결같이 우리를 반기는 록 페스티벌도 각지에서 다양성을 확대해 가고 있다.
지역에도 음악이 있다. 자생하는 음악이 있다. 앞서 언급한 이들 외에도, 전부 열거하기엔 지면의 여백이 모자랄 정도로 훌륭한 음악이 도처에 존재한다. 음원 차트가 지겹다면, 내가 사는 이곳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지역의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