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온 6월이 되었다. 하나 둘씩 반팔을 꺼내입기 시작하는데, 여름맞이 옷쇼핑을 하는 학우들이 늘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는데 이 중에서 73%는 팔리지 않고 소각·매립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버린 옷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현재 의류 폐기물로 인해 심각한 환경 오염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 사회부
한국은 매년 30만 톤 이상의 중고 의류를 수출하는 수출대국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의류 트렌드에 따라 한철만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점점 늘어난다. 버리는 옷들이 모인 산, 일명 ‘쓰레기 옷 산’이 되어버린다. 패션 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 세계에서 연간 10%를 차지한다. 이는 전 세계의 국제 항공 및 해상 운송을 통한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
- 내가 버린 옷의 행방?!
우연히 KBS 다큐멘터리 환경 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시청하였다. 그 속에는 ‘산’이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나무들로 가득 찬, 숲이 모여 이룬 ‘산’이 아닌 알록달록한 옷들이 모여 만들어진 ‘쓰레기 옷 산’이 있었다. 어느 아프리카의 강가에 가득 쌓인 채로, 그 위에서 소들이 초록색 풀 대신 초록색 옷을 뜯어먹는 모습이 담겼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옷들은 얼마나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할까? 길을 가다보면 의류 수거함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옷을 입게 될테니 좋은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거리낌 없이 옷을 버릴 수 있는 수거함이 있다. 그렇게 수거함을 통해 버려진 옷 중 다시 입을 수 있는 옷은 선별되어 서울 동묘 구제시장 등 각 지역의 구제 매장에서 저렴하게 되팔린다. 하지만 국내에서 수거된 헌 옷의 재활용 비율은 1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나머지 옷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나머지 옷들의 행방은 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매립된다. 또 일부는 소각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헌 의류 수출량은 세계 5위다.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다음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필리핀, 가나,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으로 대부분 수출되는데, 이 옷들은 수출된 국가에서도 방대한 양으로 인해 관리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의류 양은 연 8만 톤 정도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 6만 6,000톤이었던 의류 폐기물이 2020년 8만 2000톤으로 약 24.3% 상승했다. 섬유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1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20~35%를 차지한다. 우리가 입는 옷의 재료는 대부분 합성섬유로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고 있다.
- 과유불급한 패션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버려지는 옷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20년간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아버린 ‘패스트 패션’ 때문이다. 패션 산업의 기업들은 이윤 증가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고 그에 맞게 생산량을 더 늘린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한 의류를 빠르게 제작하여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구매하게끔 만든다. 패스트 패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 계절이 지나가기도 전에, 잘 입던 옷을 유행 지난 옷으로 분류하게 만들고, 안 입게 만든다. 소비자들은 옷을 버리고 새롭게 유행하는 옷을 구매한다. 패션 산업은 이렇게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생성한다. 그렇다면 유행 타지 않는 옷을 소비하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유행을 타지 않는 의류는 일부러 내구성이 떨어지게 생산된다.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심지어 옷이 팔리지 않으면 브랜드 가치 유지를 명목으로 약 72%의 옷을 소각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의류로 인한 환경오염은 버려진 옷들로 인한 것보다 의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된다. 고작 티셔츠 한 장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은 2,700리터다. 면화를 재배하기 위해서 전세계 사용량의 24%에 달하는 살충제의 양이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폐수 발생의 20%는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 패스트 패션 멈춰!
우리나라는 의류로 인한 환경오염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노력하고 있을까? 패션의 중심으로 불리는 프랑스는 의류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2020년 프랑스 정부는 ‘수리·수선 보조금 제도’를 시행했다. 의류를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옷과 신발을 수선할 때 수선 지원금을 지원해준다. 또한, 입지 않는 옷들은 기부를 통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물건을 더 오래 쓰고 덜 버리게끔하는 법안도 마련하였다. 텔레비전, 세탁기 등 30여 개 전자제품 수리비도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에서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을 내렸다. 에코디자인 규정에는 과잉생산, 무분별한 폐기를 방지하기 위해, 생산자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코디자인규정의 제한을 받는 제품은 내구성이 높고 재사용, 재활용 및 수리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패스트 패션 관련 법안이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기업에게 큰 규제가 없다. 일부 기업들은 헌 옷을 새 옷을 반품 구매하는 운동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헌 옷 수출량 5위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들어 글로벌한 패션기업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록적 폭우, 폭염, 태풍 등 각종 이상기후를 겪으며 지구온난화를 몸소 느끼게 되며 심각성이 야기되었기 때문이다.
옷과 신발은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살짝 망가진 옷은 수선하여 계속 입는 것이 좋다. 이불, 베개, 수건도 다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뀔 때는 계절맞이 옷쇼핑을 하기보다, 옷 정리를 먼저 해야 한다. 자주 입는 옷, 자주 입지 않는 옷, 최근 2년간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을 분류하고 헌옷 수거함보다는 다양한 곳에서 필요로 하는 의류 후원이나 기부하는 것이 더 좋다. 사실 개인의 노력도 필요로 하지만 기업과 국가, 더 나아가 세계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10·20대를 중심으로 Y2K 패션 트렌드가 유행하며 20년 주기로 유행이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 입는 옷, 신발, 모자 등이 20년 후에 또 유행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관리를 잘 해놓으면 또 꺼내입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유행에 눈이 팔려 소중한 지구를 잃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