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생존으로써의 자기계발
[월영지] 생존으로써의 자기계발
  • 원지현 기자
  • 승인 2024.06.1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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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어떤 단어를 글에 담기에 앞서 단어의 의미를 새삼 확인하는 편이다. 요즘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에 대해 더 생각한다. 가령 휴식이라는 표현을 곱씹다 보면, 푹신한 소파나, 퇴근 후 맥주를 벌컥 마시곤 침대로 뛰어드는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식이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비슷하게 감각할지 고민한다. 비슷하지 않다면 얼마나 다를지, 왜 다른지 골몰해 본다.

  최근 들어서 종종 서점에 들르곤 했다. 어떤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요즘 많이 팔리는 책은 뭔지, 새로 들어온 책은 어떤 건지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겁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서점에 방문하더라도 베스트셀러나 신간 서가를 그다지 찾지 않게 된다. 언제부턴가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고 신간 서가에 가득찬 건 늘 자기계발서였으니까. 매일 같은 책만 꽂혀 있는 곳을 구태여 찾을 필요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강해져 간다. ‘자기계발’, ‘자기계발서’라는 말에는 뒤따르는 이미지가 없다.

  사실 흔하다는 점만으로 그런 코너를 찾지 않는 건 아니다. 다른 분야가 아닌 자기계발서라서 싫은 것도 사실이다. 성공을 위한 법칙, 행복을 위한 법칙과 같은 단순한 도식으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설명하는 듯한 자기계발서의 서술 방식이 달갑지 않다. 삶의 문제가 그런 방법들로 풀릴 만큼 간단했나. 그리고 이러한 서술은 보통 독자 개인이 지켜야 할 준칙만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읽는 이를 대상으로 설정한다는 책의 특징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과 자아실현의 책임을 오롯이 개인으로 설정하는 ‘자기’계발의 불편한 특징 자체가 그 원인에 더 가깝다.

  모두가 ‘개인’이 된 현대사회에서는 행복과 불행 양자를 각자가 짊어진다. 이는 행복한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산 개인이고, 불행한 사람은 실패한 삶을 산 개인이 되는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서점과 도서 판매 사이트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세부 항목에 성공, 성공학이 라는 단어가 늘 상단을 차지한다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정말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가난은 자기계발서를 더 열심히 읽지 않았기에 발생한 결과물일 뿐일까. 상속되는 재산이 노동 소득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자기계발서 작가들이 즐겨 쓰는 이러한 말들은 기만적이라고 느껴진다.

  좋든 싫든 자기계발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자격증과 학위 취득은 물론 일상생활 속의 습관과 태도 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자기계발의 범주에 포섭되는 시대다. 말 그대로 사회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체화해야 하는 필수적인 실천이 되어 버렸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계발서를 읽고 라이프스타일을 준칙에 맞추더라도 삶에 행복이 찾아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외려 행복하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기계발서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걸 지도 모르겠다. 씁쓸하다. 자기계발 외부에 있는 것이 뭔지 고민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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