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됐다. 치열했던 선거가 끝나면 늘 발생하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선거용 홍보 현수막이다.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현수막이 다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당선자, 낙선자의 인사도 대부분 현수막으로 전하기 때문에 또 골칫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이 현수막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수거하지만, 처치곤란은 여전하다. 폐현수막의 처리방법은 크게 매립, 소각, 재활용으로 나뉜다. 현수막의 주성분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 종류의 화학제품이다. 때문에 매립으로 처리할 경우 분해는커녕 장기간 썩지 않아 토양 오염이 발생한다. 그럼 소각한다면 어떨까? 현수막은 화학제품이다. 즉, 소각 시 온실가스와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이 다량 배출된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폐현수막의 재활용이다. 폐현수막은 어떻게, 얼마나 재활용되고 있을까? 정부와 각 지자체 그리고 환경단체에서 현수막 재활용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행안부-환경부에서 공유한 ‘2023년 지자체 폐현수막 재활용 등 주요사례’를 살펴보면 서울 중구는 수거한 폐현수막 1,720장을 재활용해 공유 우산을 제작했다. 관내 주민센터와 복지관 등 공공기관에 비치해 우산이 없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서울송파구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장바구니, 손가방, 앞치마 등 각종 생활용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이 외에도 폐현수막은 쓰레기 수거용 자루, 제설용 모래 주머니나 건축자재로 활발하게 재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매우 저조하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739t이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각 260만여 장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이 3개의 선거에 수거된 폐 현수막의 재활용률은 모두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경기 파주시에서는 2023년 12월, 친환경 현수막 소재 사용과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2024년 4월 현재는 이를 뒤따라 부산 북구, 부산 금정구, 전북 무주군에서도 조례가 추가로 제정됐다. 충청 진천군은 지난해 3월, 관내 건축자재 생산업체와 자원 재활용 친환경 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수거한 현수막을 활용해 건축자재를 제작하기로 약속했다. 사실상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 필요한 건 폐현수막이 처리되는 다양한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재활용하려 노력해도 재활용되는 양보다 소각되는 양이 더 많으면 여전히 골칫거리일 뿐이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의 현수막 개수와 설치장소에 대한 제한을 걸었다. 또 표시 내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옥외광고물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현수막이 설치됐다.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강력한 법률안이 필요한 현재다. 디지털 시대에서 현수막만이 확실한 홍보의 수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수막을 대체할 새로운 홍보방안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