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펑펑 터지고 있다. 우리들의 대학, 우리들의 사랑인 월영캠퍼스에 올해도 찾아온 봄이 벚꽃을 힘껏 터트리고 있다. 우리 대학을 상징하는 봄꽃의 으뜸은 벚꽃이다. 월영캠퍼스에는 오래된 벚나무가 많다. 나무의 껍질에 세월이 쌓여 시커멓다. 겨우내 웅크린 듯 잠자던 그 벚나무들이 봄이 온다는 소식에 제 몸속 ‘보일러’를 돌려 뿌리가 끌어올린 생명의 물을 뜨겁게 끓여 우듬지로, 가지 끝으로 보내며 꽃, 봄꽃을 부른다.
그때쯤 마산 바다 푸른 합포만에서 부는 바람과 무학산을 타고 내려오는 산바람도 유순해진다. 바닷바람이 산바람이 벚나무 앞에서 조심조심 발뒤꿈치를 들고 지나간다. 꽃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벚나무는 겨우 내내 맨 몸 빈손이었다. 그 나무가 봄이 온다고 꽃부터 피운다. 벚나무는 잎이 먼저가 아니라 꽃이 먼저다. 이른바 선화후엽(先花後葉)형 나무다.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이 나는 나무이다.
잎은 나무의 동력원이다. 무릇 햇볕을 받는 잎이 있어야 나무가 힘을 얻는다. 벚나무가 잎보다 꽃부터 피우는 것은 사실 제 몸의 에너지를 다 쓰는 힘든 일이다. 그건 벚나무의 생존전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잎이 꽃을 가리지 않아야 꽃가루가 멀리 날아가 번식할 수 있다는 것을 벚나무는 알고 있다. 나무가 사는 이유는 하나다. ‘번식’(繁殖)이다. ‘붇고 늘려서 많이 퍼지기’ 위해서 벚나무는 꽃을 피운다.
3월 23일에 개막을 선언했던 진해군항제는 꽃샘추위와 여름 장맛비같이 내린 비로 개화율 5~10%로 시작했다. 꽃 없는 축제가 시작되었고, 축제가 끝나자 꽃이 만개했다. 사람의 과학은 꽃이 오는 시간을 알고 있지만, 변수를 계산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나무는 알고 있다. 자기가 꽃 피워야 할 때를. 꽃이 피는 것은 그 시간이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뿌리내려 붙박여 사는 나무는 살기 위해, 번식하기 위해 가장 좋은 시간에 꽃을 피운다.
벚나무는 스스로 계산할 줄 안다. ‘벚꽃 600도 개화의 법칙’이 그것이다. 2월 1일부터 하루 중 최고 기온을 더해 600도가 넘을 때, 이때다 싶어 벚나무는 꽃을 터트린다. 지금 월영캠퍼스에 만개한 벚꽃은 600도의 햇볕 세례를 받았다는 뜻이다. 벚나무에 꽃이 온다는 것은 나무의 지혜가 부르는 노래일 수 있다. 사람에겐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한 때다. 그래야 나무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나무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4월이다. 월영캠퍼스에 벚꽃이 만개한 4월이다. 한 해를 주기로 꽃 피고 열매 맺는 나무의 주기와 사람의 생은 다르다. 그렇지만 사람의 인생에도 춘하추동이 있다. 사람에겐 봄은 ‘청년의 시간’을 말한다. 청년은 19세에서 34세 이하까지인데, 요즘 청년지원을 펼치는 행정에서 청년은 39세까지로 본다.
인생에서 긴 봄을 누리는 우리의 청년들이여! 그대들은 어떤 향기 깊은 꽃을 피우기 위해 어떤 고통도 지혜롭게 견디고 있는가? 인생에서 벚꽃을 피우는 600도의 기온이 대학이니, 배우고 익혀 꽃 필 때 꽃 피우는 그대, 월영의 벚나무가 되길.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