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John Muir Trail(JMT)
[한마 아고라] John Muir Trail(JMT)
  • 언론출판원
  • 승인 2024.02.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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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MT는 미서부 개척시대에 말을 타고 갈 수 있도록 만든 길을 환경운동가인 존뮤어가 정비한 길이다.

  “자기 짐을 지고 걸을 수 있는 사람만 오라. 그러면 위대한 자연이 당신과 함께하리라.”라는 JMT의 강령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하절기 3개월간만 하루에 70명 정도 추첨으로 입산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허가받기가 어려웠으나 우리는 운 좋게 어니언밸리에서 해피아일까지 320km 구간의 트레일에 당첨되었다.

  직장에서 은퇴한 마라토너 세 명이 16일간의 JMT 완주를 위해 매일 새벽 10km씩 뛰고, 주말에는 지리산 능선 35km를 20kg의 배낭을 지고 9시간 동안 산행하는 훈련을 6개월 정도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로스엔젤레스에서 산행 출발지인 어니언밸리(해발 2,879m)로 가서 트레일을 시작했다. 가파른 지그재그 길을 무거운 배낭을 지고 해발 3,713m의 고개까지 힘들게 도착했다. 펼쳐지는 풍광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으나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우박이 쏟아져서 체온 유지를 위해 야영장까지 11km를 뛰어가야만 했다.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힐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고산증과 불면증뿐 아니라 무거운 배낭으로 인한 어깨의 통증 등으로 사기가 떨어졌다. 가져간 건조식품은 입맛에 맞지 않아 체력이 약해지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수품을 제외한 여분의 의류와 식량을 $5,000의 벌금 때문에 아무 곳에나 버릴 수 없어 지나가는 레인저에게 주고 나니 훨씬 걷기가 수월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나는 태고의 자연과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힘들고 편안함, 그 속에서의 고요한 자유, 거기서 만나는 인간의 따뜻함 등 곳곳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산행이었다.

  긴 여정에서 환경운동가인 존뮤어를 생각했다. 이분의 훌륭한 정신과 봉사로 아름다운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고갯길도 천천히 돌아가는 지그재그의 철학적 의미와 한 사람이 걷기에 알맞게 만든 JMT에서 마주 오는 사람이 먼저 10m 앞에서 비켜주는 배려와 함께 힘내어서 즐거운 산행을 하라는 따뜻한 인사, 현지인과는 달리 끓여서 먹어야 하는 취사도구로 시간 낭비와 무거워진 배낭을 지면서 우리의 삶의 무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조급하게만 살아온 지금까지의 생활을 반성하면서 앞으로의 삶에 지침이 되길 바라본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건강 유지로 정열적인 도전도 끊임없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좀 더 젊었을 때 경험했더라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면서 사랑하는 경남대학교 후배들에게도 JMT 트레킹 도전을 권한다.

이강석(前마산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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