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 위기를 반성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사설] 기후 위기를 반성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10.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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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여름의 폭염은 기록적이었다. 세계 온도는 역사 이래 최고점을 찍었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기후 위기는 단순한 걱정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질적 재앙으로 등장하였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끓어오르면서 곳곳에 폭우, 폭염, 이상 기온 등 자연 재해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기후변화를 부른 근대 화석연료 문명에 있다. 지구 위의 인간은 그 종의 발생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자연과 조화되는 농경적 삶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생물 종의 한 위엄을 가졌지만, 19세기 이후 석탄·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문명을 발전시키면서는 엄청난 생태계 파괴를 자행하는 암적 존재가 되고 말았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이른 현 상태에서도 아직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문명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그 동안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의 가스는 지구 전체를 온실로 만들어 지구온난화를 부르고, 이것이 다시 북극이나 동토의 얼음을 녹여 바다 수온을 상승시키면서 다시 지구 온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인류에게 불을 훔쳐다 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을 지배하게끔 하였던 프로메테우스적 문명, 즉 화석연료를 태워 불을 일으켜 만든 문명이 결국 자신의 토대인 자연을 해치고 더 나아가 자신마저 해치게 된 부메랑 같아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 점에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기후 위기의 재앙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실제 지구 생명체의 생존 문제와 관련된 심각한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들 현재의 삶의 방식을 반성하며 우리들 손자와 그들의 후손을 위해 멈출 줄 모르고 달려가는 화석연료 문명에 대해 빠른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에 비해 어리석은 존재로 등장한다. 프로메테우스가 ‘먼저 깨닫는 존재(선각자)’라면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깨닫는 존재’라는 의미를 갖는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불을 가져다주고 지혜를 주었지만 그것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문명을 만들어 오히려 자신을 망치게 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면, 나중에 깨달아 알고 반성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 볼 줄 아는’ 에피메테우스적 삶의 방식이 현재의 우리에게 요청된다. 그 점에서 에피메테우스는 결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오만한 삶의 방식을 반성하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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