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으로 숨어버린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
방 안으로 숨어버린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3.04.12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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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하지 않는 사람들을 ‘은둔형 외톨이’라 일컫는다.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상통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핵가족화나 인터넷 보급 등 사회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사회 병리적 현상이다. “의지가 약해서 그래.”, “하여튼 음침해.” 그간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었던 ‘은둔형 외톨이’는 최근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전국 최초로 진행했다. 이는 서울에 거주 중인 만19~39세 청년 표본 5천221가구와 청년 5천5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 비율은 4.5%로, 약 13만 명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들이 고립·은둔생활을 하게 된 계기로는(중복 응답 가능) ▲실직 또는 취업난(45.5%)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 어려움(40.3%)의 이유가 있었다. 또, 현재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55.7%였다. 이 중 43.0%는 실제로 ‘은둔형 외톨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경제적 지원(57.2%), 취미·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0%), 심리 상담(36.8%) 등의 답변이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서울시에서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올해 4월 중으로 운영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렇다면 ‘은둔형 외톨이’들은 어떤 지원을 받고 있을까.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은둔형 외톨이’ 관련 조례 제정 현황을 조회해본 결과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3개의 지자체만이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 있었다. 해당 13개의 지자체에 속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는 지원 대상에서 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또, 전국에서 ‘은둔형 외톨이’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서울시와 광주시 정도에 불과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수는 점차 늘어나는데,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 문제로 인지한 일본에서는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가 함께 맞춤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해외동향리포트 일본 편을 살펴보면 ‘은둔형 외톨이’를 조기 발견하고, 지속적인 상담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가 전국 지자체 67곳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창 은둔 안에 있을 때는 세상에 나만 이러는 것 같고,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고, 이 세상에 내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오오쿠사 미노루 고립청년지원팀장은 한 사람이 은둔 생활을 할 때는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한 선행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스스로 환경을 극복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을 방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건 외부의 도움이다. 낙오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관심과 단계적인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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