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3.04.12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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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이 공존·공생하는 동물원으로 나아가야
동물원 우리 안 침팬지

 

  지난 3월 23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수컷 그랜드 얼룩말 ‘세로’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로는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활보하다 3시간여만에 붙잡혔다. 이번 소동이 벌어진 후 동물원 우리에 갇혀 전시되는 동물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 관심은 발자국이 되어 세로가 있는 동물원을 북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 현재 우리나라 동물원에서의 동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국내 동물원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동물권이란 인간처럼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받지 않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닌다는 의미다. 즉, 동물에게 인권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개념이다. 한국리서치가 작년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9%가 동물에게도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는 데 동의하였다. 다만 동물권을 모든 동물에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사역, 식용, 실험 등 특수목적 동물을 제외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 국내 동물원의 현 상황

  현재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는 공영 동물원 외에도 많은 민간 동 \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 유럽에서 신기한 야생 동물을 가두고 구경하는 시설로 시작된 동물원은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가 변화하고 생명권 인식이 성장함에 따라 진화해왔다.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상 살아 있는 생물을 학습하는 박물관으로 사회 교육 시설에 해당한다. 시민·청소년·어린이의 교육 활동으로 활용되는 동물원은 습성, 번식, 생태에 관한 연구 및 멸종 위기의 생물을 번식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등의 일을 도모하는데 취지를 두었다.

  그러나 동물원은 전부터 끊임없이 동물 학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 109개 동물원이 보유한 국제적 멸종 위기 야생 동물 가운데 폐사한 야생 동물은 총 1,854마리다. 이들 중 77.2%가 자연사가 아닌 질병이나 사고 등의 다른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폐사였다. 또,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3년간 동물원에서 폐사한 야생 동물은 멸종 위기종과 위기종이 아닌 종을 포함해 총 6,613마리였다. 그중 국립야생 동물질병관리원에 사인 조사가 의뢰돼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멸종 위기종을 제외하면 단 한 마리뿐이었다.

 

+ 동물원? 동물 지옥?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 동물원 면허법이 까다롭지만, 우리나라는 특별한 조건이 존재하지 않기에 열악한 동물원은 그야말로 ‘동물 지옥’이 열리기도 한다. 작년 5월, 대구의 한 동물원은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병에 걸려 죽은 낙타의 사체를 같은 동물원 내 맹수의 먹이로 제공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동물에게 건강에 좋지 않은 과자 등을 건네주거나, 우산이나 돌로 동물들을 치는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 동물원에서 자주 이뤄지는 동물 공연은 동물 학대의 위험이 있어 동물 복지상 문제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로 가장 잘 알려진 돌고래 ‘제돌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15년 넘게 돌고래 수족관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을 하다 야생으로 방사되었다. 현재는 동물 공연이 생태설명회로 바뀌고 있지만,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동물 공연을 진행하는 곳도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보다 안락한 동시에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육 동물은 대부분 질병이나 재해 등으로부터 안전하여 보통 야생 개체보다 평균 수명이 길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할 경우 오히려 야생 상태보다 수명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마냥 동물원을 폐지하고 동물들을 방사할 수는 없다. 이미 인간의 손에 야생성을 잃어버린 동물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야생에 적응하기 어렵다. 특히 동물원은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데려와 키우고 번식시키면서 이들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역할도 하기에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다. 동물원이 갑작스럽게 사라진다면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장 동물원을 폐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 동물들이 동물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개선과 인력 강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 동물원,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고통받으며 사는 동물들, 이는 일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한 동물원 등록제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관련 시설과 관리 계획 서류 등록 시 누구나 동물원 운영이 가능하여 전시 동물들은 열악한 시설에서 각종 질 병과 위험에 쉽게 노출됐다.

  동물답게 지내기 어려운 동물원이 아닌,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올해 12월 14일부터 등록제로 운영되던 동물원이 허가제로 변경된다. 이는 야생 동물을 보호·관리하고 일부 부적절한 먹이주기 체험 행위, 동물 학대 등을 방지하고 인수 공통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이 결정됐다. 동물원 허가제는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한 시설과 동물 복지 사항들을 준수해야 동물원 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동물 복지 사항에는 ▲동물의 습성에 맞는 서식 환경 제공 ▲전문 인력 강화 ▲안전·질병 관리 ▲전문 검사관으로부터 주기적인 운영 상황 점검 ▲부적절한 체험 활동(제한 없는 먹이 주기 등) 제한이 해당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각 지대에 있던 야생 동물 카페 등과 같은 동물원 외 시설에 대해서도 올해 12월 14일부터 야생 동물 전시가 금지된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인간의 탐욕으로 매년 수백 마리 동물이 죽어가고 있다.”라며 진정한 동물 사랑은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원은 서식지와 습성이 다른 동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 놓고 제한된 공간에서 기른다는 점에서 동물 복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무의미한 즐거움과 유희만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교육적 장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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