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사랑의 빚
[한마 아고라] 사랑의 빚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4.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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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7일 KBS 아침마당 생방송에 출연한 것을 보고 주변에 아시는 분들이 많이 전화를 주셨다. 한국 생활 20여 년이 가까워 이제 한국이 나의 모국인 아프리카 부룬디보다 편안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사는지 한국에서의 삶이 궁금한 모양이다. 하긴 나 자신의 삶이 결코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는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한국에 와서 마라톤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신문과 방송 등에서 인터뷰도 많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은 좀 특별했다. 세 아들 중 첫째 한빈이와 둘째 한준이를 데리고 방송국에 갔고 열심히 살아온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셋째는 함께하지 못 했지만 제 형들만큼 자라면 영상을 보여줄 생각이다.

  한 사람의 한국 사람도 알지 못했고 한국어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고아처럼 혼자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 외로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나는 난민 신청을 한 뒤 난민 기관의 도움으로 곧바로 일을 했다. 그런데 그곳은 아프리카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와 영어도 전혀 소통이 안 되는 그런 박스 공장이었다.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나는 말과 문화를 익히고 배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난민 단체 사람들은 먼저 먹고 살아야 할 일을 걱정했다. 
그렇게 절망적인 시간들을 버티고 견딘 날들엔 과연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자나고 보니 그 시간들을 견딘 것이 나의 삶에 큰 재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아들과 아내, 다섯 명의 식구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추어 보면 무모하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세 아이의 아빠로 용기 있게 살아가려 한다. 정말 힘든 것은 고독과 절망이지 약간의 불편과 부족은 아니라는 것을 삶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내 가족만이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나의 가족이 되어 주었던 일도 새삼 감사하다. 난민센터의 사람들, 회사와 경남대학교, 이주민센터 가는 곳마다 만난 수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나의 삶을 걱정해 주었다. 기꺼이 가족 같은 정을 나누어주고 힘든 나의 위로가 되어 주었다. 생각해 보면 어렵고 힘든 삶의 고비마다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분들의 덕분으로 나는 이렇게 견디고 버텨왔던 것 같다. 

  아침마당에 출연한 뒤 주변에서 걸려 오는 많은 고마운 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넘치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지만 살아가면서 천천히 주변에 나의 이 사랑의 빚을 갚아갈 생각이다.

김창원(경영학과 졸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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