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내년 봄 전에 벚나무를 베어버리는 대학이 나올 수도
[정일근의 발밤발밤] 내년 봄 전에 벚나무를 베어버리는 대학이 나올 수도
  • 언론출판원
  • 승인 2023.03.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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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월영캠퍼스의 만개하는 벚꽃은 입소문을 탈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 유난히 일찍 핀 벚꽃으로, 3월에 만개한 꽃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지방대 위기를 ‘벚꽃 엔딩’에 비유해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먼저 닫는다.’라는 이야기가 나돈 지 오래다. 최근 그 버전을 높여 ‘내년에는 벚꽃이 피기도 전에 문을 닫을 것이다.’라는 극한 말까지 나온다.

  이는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벚꽃 개화 시기가 빠른 남쪽부터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문을 닫는 대학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대학에 다닐 학령인구가 없으니, 불가항력의 일이지 않은가. 학생들이 지방대를 외면한 지도 오래다. 학부모든 학생이든 오로지 ‘IN 서울’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와, 대학과 공동운명체인 지방자치단체의 대책마저 무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이 41만 명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올해 고 3 수능 응시생은 역대 최저 수준인 28만 4,000명대로 예상된다. 수능이 처음 도입된 이래 31년 만에 응시생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인데, 그나마 재수생들이 있어 40만 명 대에는 턱걸이할 것으로 입시계는 보고 있다.

  그러한 인원 대비보다 대학 문은 여전히 넓다. 2024학년도 대입 선발 정원은 4년제 일반대 34만 4,296명 등 총 51만 884명으로 고 3 재학생보다 11만 2,613명이 많다. 지방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역대급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벌써 대학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재수생 등 졸업생을 포함해도 대입 정원보다 수능 응시자가 4만 명 이상이 부족한 현실이다.

  2024년 대학 모집 인원은 2022년도에 비해 4,828명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비수도권의 문제’다. 실제 수도권 대학은 정원 13만 1,782명에서 13만 2,307명으로 오히려 525명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21만 7,342명에서 21만 1,989명으로 5,353명 감소했다. 수능 인구가 대학 정원보다 4만 명 이상이 부족한데 수도권은 오히려 정원이 늘고, 비수도권은 5천 명 이상이 줄었다. 이는 지방을 고사시키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되묻고 싶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대학교육연구소는 홀대받는 지방대의 경우, 2024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95% 이상은 한 곳도 없으며 70% 미만 대학은 85개 대학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지방대 세 곳 중 한 곳이 그렇게 된다는 무서운 경고다.

  이러한 침체는 대학 주변을 급격히 공동화시킨다. 상권은 초토화되고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즉 대학의 위기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이 대학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 시간을 놓치면 결국 인구 소멸로 이어져 창원은 ‘특례시’란 이름마저 빼앗길 위기가 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태에 내년 봄이 오기 전 벚나무를 베어버리면서 항의하는 대학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은가. 벚꽃이 피는 순서가 문제가 된다면 말이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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