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최저임금의 사각지대
[기자의 눈] 최저임금의 사각지대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3.01.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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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가 끝날 무렵마다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최저임금이다. 2023년 최저임금은 2022년 대비 5.0% 인상 된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를 규정하는 법률인 최저임금법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장애 등을 이유로 근로 능력이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은 현재 장애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이다.

  최저임금 제외 대상에게는 최저임금은커녕, 임금의 하한선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들에게 시급을 단돈 1원만 지급하여도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생존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 단체들은 최저임금법 제7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의무 고용 사업체 장애인고용 현황’에 따르면 민간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021년 기준 2.89%, 공공기관은 3.79%이다. 근로 능력이 낮은 사람에게 최저임금 지급을 강제했을 경우 고용률이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애인 단체들은 조항 폐지 외에도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권리 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 중앙 정부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2020년 능력의 한계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했던 최중증 장애인의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제도이다. 자본의 이윤 창출이 목적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가 중증 장애인을 고용해 ‘공공의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기서 공공의 가치란 장애인의 권리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식개선활동 3가지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260개의 규모로 시작된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현재 650여 개의 일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일자리의 수는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전체 중증 장애인의 수가 15만 명임을 고려하였을 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중앙 정부가 아닌 지자체에서 전액 예산을 충당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규모 확대와 전담 인력 확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

  일부 선진국은 기업이 보장하지 못하는 임금의 차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장애인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장애인 임금의 하한선조차 정해놓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개국뿐이다. 과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철저하게 짓밟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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