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반송여자중학교의 한 달, 내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되다
[월영지] 반송여자중학교의 한 달, 내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되다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8.05.3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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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은 결국 다가오게 되어 있다. 바로 교생실습이다. 5월이 다가올수록 나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걱정으로 지냈다. 내가 온전히 수업해야 하는 45분과 그 수업을 위한 준비 과정부터, 동료 교생과의 관계와 지도 및 담임 선생님은 어떨지, 학생들과의 관계, 하다못해 복장까지 모든 것이 우려와 걱정이었다. 5월 공휴일을 세어 가며 위안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교생실습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수척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하지만 피곤, 염려와 맞바꾼 것이 있었다. 바로 나의 성장이다.

  5월 2일, 지도 선생님의 뒤에 숨어 반송여자중학교 1학년 7반의 문을 열었을 땐 우려와 다르게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해 주었다. 아이돌을 닮은 남자 교생 선생님이 아닌,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억지웃음을 짓는 못난 여자 선생님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나를 환영해 주었다. 칠판 왼쪽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성유진 교생 선생님’이라는 글씨를 보자 새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 걱정은 시간 낭비였다. 어색했던 동료 교생들과도 반나절을 함께하다보니, 어느새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교생실습은 아이들과 놀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반송여자중학교의 교생실습 프로그램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짜여 있었다. 첫 1주일은 현직 교사들의 연수가 이어졌다. 학생들이 부상당했을 때의 응급 처치, 현직 교사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생생한 학교 생활 등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실습 기간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게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다.

  한 달이지만 자칫하면 학습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탓에 대다수의 학교는 교육 실습생을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과 교육실습 협력을 맺은 반송여자중학교에서는 항상 감사한 대우를 받았다. 14명의 교생들을 위해 따로 교실을 내 주고 그 안에는 생수와 커피 등, 세세한 배려는 교생 실습 기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또한, 모든 교생에게 노트북을 나누어 주고 연구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지원해 주며 차질이 없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교육실습생들이 충분히 많은 시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수업 준비를 함께 의논하며 응원하고 격려해 주었다. 정식 수업이 아니더라도 급식 지도, 등교 지도 및 점심시간이나 동아리 활동에 있는 오케스트라 지도를 참관하게 하여 최대한 이곳에서 많은 걸 배우게 도와주었다.

  어느덧 교생 실습을 마무리 지을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던 아이들의 모습, 수업 전 긴장으로 굳어 있는 나에게 따뜻한 응원을 해 주었던 지도 선생님, 매일 출근을 설레게 했던 맛있는 급식은 다시 이곳을 그리워하게 만들 것이다. 10대들의 성장을 돕는 중학교에서, 한 달 동안 가장 성장한 사람은 23살 나였다. 소중한 추억을 가진 채 마지막 운동장 흙을 밟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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