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시작됐다. 올해는 ‘육십 간지’ 40번째인 계묘(癸卯)년이다. 묘(卯)는 12간지의 동물인 토끼를 나타낸다. 계(癸)는 흑색을 뜻하니, 올핸 ‘검은 토끼의 해’다. 그런데 왜 검은색인가? 그건 10개의 천간과 관계가 있다. 천간은 모두 5가지의 색깔을 가진다. 천간 중에 갑을(甲乙)은 푸른 청색, 병정(丙丁)은 붉은 적색, 무기(戊己)는 황색, 경신(庚申)은 흰색, 임계(壬癸)는 검은색을 뜻하기 때문에 계묘년의 토끼는 검다.
토끼는 유순하여 순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토끼의 실상은 우리 판소리 ‘수궁가’에서 보여주듯 영리하고 재치가 뛰어난 동물이다. 또한 새끼를 많이 낳아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해서 새해 벽두에 바라느니 새해는 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 토끼의 지혜로움으로 세상을 살고, 특유의 다산성으로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길 바라본다. 하지만 계묘년이란 이름 하나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중요한 것은 위로는 나라로부터 아래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토끼의 이미지는 앞에서 이야기한 판소리 수궁가에 등장하는 그 토끼다. 수궁가는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별주부전’에서 만들어졌다. 전래동화 별주부전은 ‘토끼전’, ‘토의 간’ 등의 이름으로 시대 시대마다 민중들 속으로 널리 구전되고 각색되어 왔다. 이 이야기는 현재 한글 또는 한글과 한문 혼용이 된 책 34종, 필사한 한문책 4종 등 많은 책으로 전해지고 있는 걸 보면 한국인에게 토끼의 전형을 여기서 만들어주었다.
이야기 즉슨 널리 알려진 대로 용궁의 용왕이 병을 얻었는데 용한 의원이 나타나 특효약은 ‘토끼의 생간’이라고 알려준다. 용왕의 충신이었던 자라는 육지와 바다를 오갈 수 있는 자신의 장점으로 토끼의 생간을 구하러 나선다. 자라를 만난 토끼는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이야기에 속아 용궁에 간 토끼는 사정을 알고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이야기로 위기를 탈출한다. 그런 위기 대응 능력을 가진 토끼가, 한국인에게는 ‘첫 번째 토끼’일 것이다.
‘두 번째 토끼’는 달에 사는 토끼다. 예로부터 우리는 달에 토끼가 산다고 믿어 왔다. 한가위 보름달이 예년보다 밝고 둥글수록 풍년이 들고, 가을 바다 어장도 풍성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달에는 방아를 찧는 토끼들이 산다는 전설을 믿고 살았다. 지구에서 보면 보름달에는 항상 같은 무늬가 보인다. 이 무늬가 방아 찧는 토끼를 닮았기 때문에 생긴 전설이다. 동화처럼 아득한 세상에서 평화롭게 사는 토끼가 한국인의 꿈이었다.
이제 우리가 기다리는 토끼는 계묘년 2023년에 만들어질 세 번째 토끼다. 그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마법의 토끼’일 것이다. 우리에게 닥치는 위기는 토끼의 지혜로 이겨내고, 풍요로움을 전 국민과 함께 나누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새해에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에겐 복된 희망을 선물하고, 한마 가족 모든 가정에 웃음과 행복을 선물하는 마법의 토끼가 함께하길 바란다. 근하 계묘, 만사형통하시길!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