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의 김용호 시인을 생각한다
[정일근의 발밤발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의 김용호 시인을 생각한다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12.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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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뒷산/노비산 언덕 위의 소년은/꿈이 많았더란다//구름에도/풀밭에도/곧잘 꿈을 심었더란다//심구곤 자라나는 꿈이 하도 벅차서/흐느끼며 우러러본 하늘//별들이 의좋게 반짝거리는 밤엔/구슬픈 곡마단의 트럼펫 소리에 귀가 젖어/고스란히 별과 함께/그냥 샌 밤이 있었더란다 나의 푸른 별을 안고’ (김용호 시 ‘푸른 별’ 전문)

  김용호(1912~1973) 시인은 여기 마산합포구 출신이다. 위 시는 지지난달 필자가 마산문학관에서 있었던 ‘마산용마고 개교 100주년, 지역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란 주제로 특강을 준비하다가 읽게 된 김용호 시인의 시다. 시인은 ‘노비산’을 시의 끝에 ‘마산에 있는 조그만 산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노비산 아래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용호 시인은 노비산 언덕에 올라 구름과 풀밭에 꿈을 심고 키웠다.

  김용호 시인은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법학을, 대학원에서 신문학을 전공하고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문과대 학장을 지냈다. 1935년 문단에 나온 그는 많은 시와 시집을 남긴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런 그가 마산 사람들에게 잊힌 것은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난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 그의 서거 50주년이 된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았던 마산용마고에서는 선두 주자였던 김용호 시인의 뒤를 이어 아동문학가 이원수, 시인 정진업, 문학평론가 김윤식 등이 문단에 나와 한국 문학과 지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시인은 우리 가곡에도 주옥같은 노랫말을 남겼다. 조두남 선생이 작곡한 ‘또 한 송이 나의 모란’이 있고, 김동진이 작곡한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등이 있다. ‘또 한 송이 나의 모란’은 마산 출신의 소설가며 시인인 이제하 선생이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란 오마주 노래를 만들어 불렀을 정도다.

  그 노래를 가수 조영남이 ‘모란 동백’이란 제목으로 다시 불러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시작은 시인의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 꽃/또 한 송이의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을 먼저 피웠기 때문이다.

  김용호 시인이 영화 음악에 참여해 1960년 홍성기 감독, 최무룡 김지미 주연의 영화 ‘길은 멀어도(Even the way is far away)’의 주제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의 가사를 썼다. 이 영화 OST였던 노래는 우리나라 50대 가곡에 선정되기도 했고, 지금도 불리고 있다. 흑백 필름으로 찍은 우리 영화로는 드물게 이태리, 불란서 현지 로케까지 했다. 그 영화는 필름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내년 그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의 시와 노래를 조명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그의 생과 문학은 같은 노비산 부근에서 태어나 시민들 사이에 왈가왈부 논쟁을 만드는 한 시조 시인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가 오면 처음에 소개한 시 ‘푸른 별’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보고 싶다. 그 노래가 노비산 아래 울려 퍼지게 하고 싶다. 시인은 마산의 자산이 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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