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다르면서 하나인 듯
[정일근의 발밤발밤]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다르면서 하나인 듯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11.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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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역 가을꽃 잔치인 ‘마산 국화축제’가 오늘(9일)로 끝이 난다. 행사 중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로 계획된 축제 공연이 모두 취소되고, 야간 개장 또한 취소됐다. 하지만 가을꽃의 여왕에 비유되는 국화의 향과 색, 그 자태를 사랑하는 시민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고 행사장인 해양신도시로 이어졌다. 그건 마산이 지난 1961년 전국 최초로 상업 재배를 시작한 고장이기에 국화의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국화에 들국화란 고유한 이름을 가진 종이 있는 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들국화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가수 전인권의 밴드 ‘들국화’가 소개된다. 국화과는 속씨식물 중 국화목(Asterales)에 속하는 분류군이다. 전 세계에 1,620속 약 25,000 여종이 분포하는데 다 고유한 이름이 있다. 야생서 서식하는 들국화는 연보라, 흰색 계열이 있고 노란색 계열이 있다. 이중 노란색 계열은 산국(山菊), 소국(小菊)이라 부르는데 꽃송이가 노랗고 작다. 국화주나 국화차는 노란 소국으로 만든다.

  연보라, 흰색 계열에 우리나라 ‘들국화 3종 세트’가 있다.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가 그 꽃이다. 웬만한 수준이 아니면 그 구분이 어려워 이 3종류의 국화를 구분할 줄 알면 우리나라 들국화를 다 안다고 할 정도다.

  벌개미취는 별개미취라고도 한다. 6~10월에 꽃이 피기에 ‘한여름에 웬 들국화?’란 의문을 가진 꽃이 있다면 벌개미취이다. 야생이었는데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다. 벌개미취를 닮은 개미취, 좀개미취란 국화도 있는데 개미취는 비스듬히 누워서 피고, 꽃이 전체적으로 작으면 좀개미취다.

  쑥부쟁이는 벌개미취와 다른 점은 꽃의 색깔이 좀 더 짙은 자주색이다. 쑥부쟁이 또한 종류가 많다. 까실쑥부쟁이, 청화쑥부쟁이, 섬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는잎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등 종류가 많아 정확하게 구분은 사실상 어렵다. 쑥부쟁이의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대장장이 딸’에 얽힌 설화에서 왔다. 꽃이 수북하게 피는 것도 특징이다.

  구절초는 9∼11월에 줄기 끝에 지름이 4∼6cm의 연한 홍색 또는 흰색 두상화가 한 송이씩 핀다. 그 꽃을 술에 담가 먹기도 한다. 벌개미취, 쑥부쟁이는 꽃잎이 촘촘하게 피고, 구절초는 그보다는 느슨하게 핀다. 사실 그 꽃잎이란 것은 꽃이 아닌 벌레를 불러 모으는 장식인 설상화의 ‘혀꽃’인데, 소개하자면 길어지니 다음 지면으로 미룬다.

  안도현 시인은 ‘무식한 놈’이란 시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라고 했다. 가을이 만추로 가고 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들길 산길에서 만나는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를 찾아보면서 관찰하고 구분하는 우리 학생들이 많아지길 권해본다. ‘무식한 놈’ 소리를 듣고 안 듣고의 문제가 아니다. 꽃 하나를 아는 일 그건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즐거움과 같기 때문이다.

석좌교수, 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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