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건너 동경에서 지난 14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주일한국문화원은 조선의 예술에 지극한 애정을 가졌던 일본 미술 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99-1961)의 수집품 등을 전시하는 행사를 동경 소재 문화원에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그가 조선의 예술과 공예를 높은 안목에서 평론한 책 『조선과 예술』 간행 10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1914년 조선의 도자기를 처음 접한 뒤 조선의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야나기는 3·1 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조선총독부의 무력 진압을 비판한 희귀한 양심적 인사였다. 그는 또한 조선총독부의 광화문 철거에도 항의하는 등 조선의 문화와 예술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외압과 고난도 감수했었다.
‘민중적 공예’ 민예론의 창시자이자 종교철학자이기도 한 야나기는 특히 1922년에는 조선총독부의 광화문 철거에 반대하여 ‘사라지는 조선의 한 건축물을 위하여’라는 유명한 글은 남겼다.
그는 이글에서 ‘조선이 발흥하고 일본이 쇠퇴해 일본이 조선에 합병되고 에도성이 폐허가 되어 일본총독부 건물을 짓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라며 선뜻한 비수를 날렸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친일’, ‘반일’ 논쟁이 예전보다 더 폭력적이고 병적으로 퇴행하는 듯하다. 한일 양국의 극우진영간의 투쟁은 자파 이익만 우선하는 정치적 양극화와 맞물려 한국 사회는 갈수록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정치와 종교 판에서는 이미 우리편 우리 종교 아니면 적 아니면 이단으로 간주되고 처단되는 이 폭력적이고 자폐적인 현실의 광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가뭄 속 단비를 기대하는 심정으로 야나기 무네요시를 떠올린다. 서슬 퍼런 제국주의 시대의 빗나간 이념에 구속되지 않고서 인간 보편의 미와 진리를, 그것도 엄혹한 제국주의 치하에서 줄기차게 추구한 야나기 무네요시, 그를 기리는 저 멀리의 전시회가 더욱 빛나 보인다.
그를 기억하는 한국과 일본의 사람들 마음속에 그는 국경과 이념과 종교의 현해탄을 건너 펼쳐지는 예술의 보편적 미와 평화의 위대한 정신으로 되살아난다.
일본에서는 일본 극우세력의 ‘혐한주의’가 판을 치고 우리 땅에서도 ‘반일종족주의’류의 극단적 친일 논리가 고개를 쳐드는 서글픈 현실 속에서 온갖 정치적 종교적 미명하에 탐욕스런 행태에 올인하는 집단적 광기 속에서도 조선의 도자기, 석굴암, 광화문을 화약 냄새 속에서도 그윽하게 쳐다봤을 그가 더욱더 위대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