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한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한반도를 강타한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 정영은 기자
  • 승인 2022.09.2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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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남기고 간 아픈 흔적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경로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 경로                                                                                 <사진 출처: 기상청>

  올해 8월에 있었던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복구 및 관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반도가 태풍 영향권에 들며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 6일, 경남에 처음 상륙한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는 최저 해면 기압 기준 역대 3위, 일 최대 풍속 기준 역대 8위를 기록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특히 크게 피해를 받았던 포항시와 경주시는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한반도를 휩쓸고 간 힌남노와 더불어 우리 지역에 아픈 상처를 남긴 매미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지난 4일, 행정안전부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태풍·호우 대응 수위를 1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위기경보 역시 기존 ‘주의’ 단계에서 ‘경계’를 거치지 않고 ‘심각’으로 단계를 올렸다. 우리 대학도 이에 대비하고자 5일과 6일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또, 힌남노는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대형 태풍 ‘매미’와 맞먹는 강도가 예상 되었으며, 본격적인 상륙 전부터 많은 이가 공포에 떨었다.

 

  - 마산의 아픔, 태풍 매미

  태풍 ‘매미’는 우리 지역인 마산에 큰 피해를 남기며,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았다.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마산만 수위가 상승하면서 저지대였던 마산합포구가 막대한 해일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마산 지역에만 18명의 사망자와 이재민 약 9,200여 명이 발생했고 5,9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있었다.

  지난 힌남노로 매미가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이유는 힌남노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힌남노와매미는 모두 가을인 9월에 상륙했다. 가을 태풍의 경우,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기가 약해지면서 태풍 경로가 한반도 방향으로 휘게 된다. 북태평양적도 인근은 태양 고도가 높은 게 특징인데, 강한 햇볕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기에 북상 시 더 큰 위력이 더해진다. 이러한 특성 탓에 힌남노와 매미는 시기는 물론이고 이동 경로의 유사성까지 띠게 되었다. 특히 해수면이 가장 높은 만조에 상륙하며, 경남에서 가장 강한 위력을 유지한다는 점 역시 비슷했다.

  그래서 경상남도는 지난 태풍 힌남노의 피해를 우려해 낙동강 8개 보를 모두 개방하고, 지리산 탐방로를 전면 통제했다. 매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마산도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전부터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실제로 동부 건설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에 걸쳐 마산만에 높이 2m, 폭 200m의 기립식 거대 차수벽과 투명 강화유리벽, 방조문, 방재언덕 등의 방조시설을 완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창원시는 저지대 침수 위험을 고려해 2007년과 2020년에 마산합포구 일대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해 두었다. 또, 물막이용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태풍 직전까지 주민들에게 계속해서 공급하기도 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태풍이 지나간 후 강풍으로 인해 시설물이 일부 부서지긴 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고, 재산 피해도 그리 크지 않았다. 마산 어시장 역시 큰 피해 없이 6일 오전부터 지난 추석 준비를 맞이할 수 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박창선 안전건설과장은 “힌남노의 영향으로 만조 수위가 크게 올라갔지만, 펌프장을 100% 가동하지 않고도 배수에 큰 문제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매미를 이은 ‘힌남노’의 위력

  힌남노는 2022년 제11호 태풍으로, 지난 28일 발생해 한반도로 북상한 슈퍼 태풍이다. 이는 지난 9월 6일 오전 4시 5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처음 상륙했다. 이후 50km의 속도로 북동쪽으로 이동하여 부산을 거쳐 오전 7시 10분 울산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갔다.

  중심 기압이 낮을수록 태풍의 위력은 더 커진다. 이번 태풍 힌남노의 중심 기압은 955hpa(헥토파스칼)이었다. 이는 중심 기압이 951.5hpa이었던 1959년 태풍 사라와 964.0hpa을 기록한 2003년 매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할 만큼 그 위력이 강력했다. 다만 풍속은 매미나 사라, 2016년 차바, 2020년 마이삭에 비해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으며 내륙에 머문 시간은 다른 태풍보다 비교적 짧았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최저 해면 기압으로는 매미와 고작 1.9hPa 차이”라며, “역대급으로 한 손에 꼽을 중심 강도의 태풍이었고 강수량이 많았고 바람도 강했다.”라고 전했다.

  태풍 힌남노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태풍이라고 평가받았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수증기가 응결할 때 나오는 잠열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해수면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의 바닷물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풍 루사와 매미는 각각 북위 16.5도, 16도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전 태풍과 비교해보았을 때 힌남노는 북위 26.9도에서 태풍으로 발달했으며,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이라는 수식을 달게 되었다. 이는 올해 여름 고위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된 결과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점차 상승함에 따라 이와 같은 태풍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었다.

 

  -힌남노로 인한 피해

  이번 태풍의 피해 규모 및 면적이 워낙 광범위하고 심각하여 복구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은 포항은 추산된 피해액만 약 2조 원에 이르며 정확한 피해 조사가 완료되면 피해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의 피해를 받은 포항제철소는 추석 연휴 기간(9일~12일)에 복구 작업을 24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다. 이 기간에 포항제철소 임직원, 광양제철소 및 그룹사 임직원, 협력사 그리고 관계기관 등 하루 평균 8천여 명으로 누적 3만여 명 정도가 포항 제철소에 결집해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 피해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소방당국은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 방송 후 지하주차장에 차를 옮기러 나갔다가 주변 하천이 갑자기 범람하면서 참변을 면치 못했다고 전했다. 전라남도는 지난 14일에 이번 사태와 같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고자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안전 감찰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행정안전부는 관계기관 및 전문가와 함께 ‘지하공간 침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전담팀’을 구성했다.

  경주 문화재들 또한 큰 피해를 받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 피해로 보고된 18건 중 국보 경주 석굴암에서 경내 진입로와 종무소 마당, 화장실이 훼손됐다. 그뿐만 아니라 사적 경주 불국사는 극락전의 기와들이 떨어지고 주변 나무들이 쓰러졌다. 이에 문화재청은 복구를 위해 탐방객의 출입을 통제한 후 복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설물 침수 및 유실, 진입로 붕괴, 석축 훼손, 사면 붕괴 등 피해가 광범위해 완전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거라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태풍이 우려했던 바와 달리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힌남노로 인해 재산상 피해는 물론이고 가족을 잃는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 분명하다. 우리가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방어구 및 제도를 사전에 마련하고, 태풍이 다가올 시 중앙관리대책본부에서의 권고 사항과 각 지역의 안내에 집중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 지역들이 다시 원래의 평범한 삶을 되찾기 위해서 우리의 꾸준한 관심 역시 필요하다.

정희정·정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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