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문해력 이슈도 결국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다
[월영지] 문해력 이슈도 결국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다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09.22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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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10·20대의 부족한 문해력에 관하여 다루는 글이나 TV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의사소통 시에 기본적인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다른 세대와의 의사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른 이슈들과 다르게, 이들의 문해력 문제는 좀처럼 사그라질 줄 모른다. 모두에게 문제가 잊힐 때쯤이면, 새로운 단어에 대해 ‘앎’과 ‘알지 못함’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증명해주듯, 얼마 전에도 관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서울의 한 카페는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그러자 행사의 담당자는 SNS에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 라는 공지를 올렸다. 이 글은 업로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SNS 이용자들의 시선을 이끌게 되었다. 담당자의 사과가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화두에 오른 단어는 바로 ‘심심한 사과’다.

  이용자들은 해당 공지에 관해 “나는 심심하지 않은데, 무슨 심심한 사과냐.”,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심심한 사과라니. 진정성이 없지 않나?” 등의 반응으로 특정 단어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지 않아 오해가 생기곤 했다. 이 들이 이해한 ‘심심하다’는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카페 운영자가 사용한 의도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의 심심(甚深)이었다.

  이에 일부 이용자는 “일상에서 한자어를 남발하는 기존 세대의 문제다.”라고 하며, 오히려 10·20세대 문해력 부족이 문제가 아님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불거진 문해력 문제 중 ‘무료하다’를 두고 생각해봤을 때, 기존 세대만의 문제라곤 할 수 없 는 것 같다. ‘부부가 무료하다’라는 게시글에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 값을 매기면서 사세요?”라는 댓글이 많은 반응을 얻었다는 건 이에 동의하는 네티즌이 많다는 걸 암시한다.

  미디어의 발달로 짧은 글이나 영상을 접하는 시간이 늘고, 일상어의 교체가 이뤄지며 이전보다 잘 쓰지 않는 단어 들이 생겨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사용해왔던 말들에 “일상생활에서 잘 안 쓰는 말로 무식하다고 얘기하는 건 야박하다.”하고 시종일관 태도를 유지하는 건 옳지 않다. 만약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단어라면, 뜻을 찾아보거나 맥락을 이용해서 배워나갈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이 이해를 어려워할 때 무조건 “당신의 문해력 부족이다.”로 트집만 잡을 게 아니다. 알아듣기 쉬운 대체 단어를 생각해낸다거나 뜻을 알려줌으로써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문해력 문제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하지 잘 모른다고 해서, 혹은 어려운 말을 쓴다고 하여 비판만 하는 건 옳지 않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꾸준히 타인과 의사소통해야 한다. 갈등만 쌓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모습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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