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꼰대도 유쾌한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자의 눈] 꼰대도 유쾌한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 조현석 기자
  • 승인 2022.09.0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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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시 복고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 세대 전에 유행했던 일본 버블 시대 애니메이션 감성의 씨티팝이 마이너 음악의 한 장르로 들어왔다. 대학가나 셀럽, 인플루언서의 패션은 옛날에 유행했던 옷들이 조금 변형된 뉴트로 패션을 쉽게 찾을 수 있다. 90년대에 유행했던 문화가 쇠퇴를 이겨내고 다시 주류 문화의 한 축을 이끌어 가고 있다.

  몇십 년 전에 구려보였던 풍경은 이제는 감성의 영역이 되어 부흥지가 되는 일도 생겼다. 잊히고 버려졌던 것들에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가지는 건 기묘한 일이다. 몇몇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할 길이 없어서 기존에 있던 걸 다듬어 재생산하는 일과 별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뭐 어떠한가. 우리 눈에만 이쁘게 보이면 별 상관없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지금 시대도 뒷방으로 물러나 있다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날을 기다리리라.

  그 시대의 유행을 이끄는 문화는 전성기일 때 소리 소문 없이 떠났다가 사람들이 그 문화를 그리워할 때쯤에 다시 찾아온다. 나는 시대 문화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문화를 유기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게 스스로가 의지를 가진다는 말은 아닐 거다. 다만 가장 떠나기 알맞을 때 물러서는 걸 보면, 사람의 생각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변화에 뒤처지거나 옛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꼰대’라 말한다. 변화를 읽지 못하는 건 자기 생각과 잘 맞지 않아 일어나는 일이다.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들도 시대가 변화하듯 일련의 변화과정을 거치면 좋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아진다. 기자도 어린 아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최신 유행어나 줄임말 등 요즘 세대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요즘 애들 갈수록 별나진다.”는 생각을 바꾸진 않는다.

  사고를 바꾸려고 노력은 해 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는 뇌를 가지고 있어 방향 전환이 되는 것 같다. 다만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잔존하는 이전 관습이 행동이나 말로 표출될 때가 있다. ‘나 때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라는 상념이 무의식에 남아 있는 거 같다. 이런 사람이 나 하나라면 참 다행이겠지만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또래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회에서 꼰대는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문화가 반복되듯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존재는 아닌가. 모두가 ‘꼰대’가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나도 언젠가 타인에게 ‘꼰대’였다”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며 유쾌하고 유연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면 ‘꼰대’도 하나의 문화고 콘텐츠가 되어 누군가를 웃 게 만들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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