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 전은주 기자
  • 승인 2022.09.0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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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차별은 모두 사라졌을까

 

 

지난 8월 24일,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통합 1위를 차지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내용이다. 작품이 꾸준히 흥행세를 이어가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무엇인지, 현 실태와 관련 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사회부

 

  2020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54명당 1명이며, 국내 유병률은 약 2% 내외이지만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다양한 캠페인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소재로 한 국내외 영화나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이에 관한 관심과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과 달리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며,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은 종종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들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란 초기 아동기부터 상호 교환적인 사회적 의사소통·상호작용에 지속적인 손상을 보이는 신경 발달 장애의 한 범주를 말한다. 이들은 관심사 및 활동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지능의 손상 정도, 의학적 상태, 유전 여부, 환경적 요인, 연령 등에 따라 발현되는 임상 양상에 차이가 나타난다. 이처럼 자폐를 진단받더라도 그 범주가 넓고 복잡하기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불리며, 개인마다 보이는 증상은 각기 다르다.

  장애를 앓는 이에게서 보이는 주요 증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을 겪는다. 그들은 사회적-감정적 상호작용,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행동, 관계 발전, 유지 및 관계에 대한 이해 등의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다음으로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다. 특히 반복적인 물건 사용 혹은 말하기, 극도로 제한적이고 고정된 흥미, 감각 정보에 대한 과잉 또는 과소 반응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주요 특징뿐만 아니라 지적 손상, 언어 손상,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등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때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사회 관계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그리고 서번트 증후군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질환을 일컫는다. 이처럼 개인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정도의 차이가 다르므로 서로에 대한 탐색과 관심에 더욱 호기심을 가져보는 게 필요하다.

 

● 실제 자폐성 발달 장애인의 실태

  실제 자폐성 장애인과 그 보호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지난 7월 26일, 대한항공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자폐성 발달 장애인 A 씨와 그 어머니를 하차 조치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항공은 “A 씨가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뒤 기내 전 후방을 배회하다가 탑승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이후 좌석에 앉아 달라는 여러 차례의 요청에도 착석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하였다. 또, “보호자인 동반인이 따라다니며 제지하려 하였으나, 착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져 해당 승객의 하차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A 씨의 어머니는 탑승 수속 및 좌석에서 아들이 자폐임을 알렸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면제까지 처방받아 먹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괴성을 지른 것도 아니고 손을 흔드는 이상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전혀 없는 아이다.”라고 덧붙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종욱 이사는 기내 방송으로 상황을 타 승객들에게 인지시키는 방법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항공사가 먼저 나서 기내에 발달 장애인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더불어, 승객들에게 미리 안내하거나 안심시키려는 노력 대신 승객 불안을 근거로 이처럼 대응한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한항공의 사례로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발달 장애인은 동일한 대응을 받게 될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처럼 발달 장애인의 가족은 비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보편화된 서비스도 제공받기 어려운 게 현 실태다. 그리고 사회 존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로 환경도 좋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표한 '2021년 발달 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만 15세 이상 발달 장애인 약 21만 명 중 일하는 발달 장애인은 임금, 비임금을 모두 포함해도 29% 수준이다. 임금 또한 2020년 보건복지부 발표 기준 월평균 약 121만 원으로, 같은 년도 중위소득 근로자의 평균임금인 242만 원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 이들을 위한 제도는 충분한가

  우리나라는 2014년 5월, ‘발달 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하지만 해당 법률로는 아직 중증 장애인들을 포용하기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이자 발달 장애인 자녀를 둔 김용직 변호사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탈시설’이나 형식상 시행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 또한 다각도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시설에 입소한 인원의 80~90%가 발달 장애인이다. 만약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장대로 모든 장애인 수용 시설을 철거한다면, 입소한 장애인들이 당장 갈 곳이 없어진다. 특히, 발달 장애인의 부모와 자녀의 극단적인 선택은 대부분 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일반 가정에서 벌어지기에 이는 섣부르다. 애초에 탈시설이 아니라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잘 어울릴 수 있는 방책 마련이 우선시되어야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기에 김 변호사는 장애인 인권 침해가 시설의 문제였다면, 시설 관계자 교체 등의 운영 방식 변화가 대안이 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인해 증상이 심한 장애인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바라본다. 등급 폐지 전에는 증상에 따라 1~3급으로 구분이 되어 등급에 따른 지원 및 조치가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모두 ‘중증’으로만 분류되며, 이는 곧 장애인 고용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은 당연히 증상이 덜한 3급을 고용하는 게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제도의 개선과 조율 또한 필요하나, 자폐인들과 보호자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우선하여 말하는 건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다. 연세 세브란스 병원의 천근아 교수는 “우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부족한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들을 인정하고 배려하여 이들이 걸림 없이 사회에 녹아드는 시대가 곧 오길 바란다.

전은주·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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