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시리즈-우리 지역 세계문화유산 탐방기(1)] 팔만대장경을 간직한 합천 해인사
[특별기획시리즈-우리 지역 세계문화유산 탐방기(1)] 팔만대장경을 간직한 합천 해인사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09.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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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귀중한 문화유산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경남권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우리는 수많은 흔적을 남겨왔다. 그중 건축물이나 유적지를 아우르는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부터, 무형문화와 각국의 기록유산은 역사적 가치로 크게 주목받기도 한다. 이처럼 이전 세대가 남긴 의미 있는 유산들이 후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잘 지켜나가는 건 현 세대인 우리의 몫이다. 국가연합전문기구인 유네스코(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는 1972년 이집트의 고대 누비아 유적들이 수몰 위기에 처한 사건을 시작으로 이를 보호하고자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이후 1989년 ‘무형문화유산 보호 국제협약’에 이어 1992년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 MOW)’을 통한 기록유산 보호 역시 시작됐다. 현재 세계유산은 1,154건(2021년 등재기준), 무형문화유산은 498건(2020년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은 432건(2017년 등재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종묘와 석굴암 및 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됨을 시작으로 2019년 한국의 서원까지 총 15개의 유산이 등재되었다. 그 외에도 무형문화유산이 21개, 세계기록유산 16건이 채택되며, 현재까지 총 52개의 지정유산이 보호 및 보존되어 오는 중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홍보 효과가 더해져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문화재의 관광지화 가능성이 커지고, 지역 발전 역시 기대할 수 있다. 남한산성의 경우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후, 2015년 기준 방문객이 77% 증가하는 등의 등재 효과가 분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더라도 보존과 관리가 미흡하거나 가치 훼손 등이 발생하면, 언제든 삭제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산업혁명의 핵심지이자 건축학적 미학을 인정받았던 해양 무역도시 리버풀이 무리한 재개발로 인해 지난해 7월 등재 17년 만에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우리 대학 정은상(2021) 교수에 의하면, “경남 소재 세계유산의 독창성과 가치를 통한 관광자원화 활성화 역시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지역사회 과제”이다. 현재 우리 경남지역에는 합천의 해인사장경판전(1995년 등재), 한국의 산지승원(2018년 등재) 중 하나인 양산 통도사, 한국의 서원(2019년 등재) 중 하나인 함양 남계서원이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중 해인사장경판전은 역사적 배경으로 꾸준히 주목받았고,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로 손꼽히기에 관광명소로 익히 알려져 왔다. 그러나 남계서원의 경우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서원에 대해 잘 아는 이가 드물다. 이에 경남대학보사는 경상남도에 자리한 세계문화유산을 ‘특별기획시리즈’로 취재하고, 소중한 유산이자 관광자원인 각 문화재를 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소개한다.

 

대적광전에서 내려다 본 전경(왼쪽), 해인사 일주문(가운데), 장경판전 살창 사이로 보이는 팔만대장경(오른쪽)
대적광전에서 내려다 본 전경(왼쪽), 해인사 일주문(가운데), 장경판전 살창 사이로 보이는 팔만대장경(오른쪽)

  무더위가 잠잠해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물든 단풍과 함께 고즈넉한 감성을 느끼기 위해 우리나라의 옛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우리 대학이 위치한 경남에도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사찰이 있다. 바로 합천군에 위치한 해인사다. 해인사는 국내 최대 사찰로 가야산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는 전경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아름다운 가야산과 고풍스러운 사찰의 조화는 세계가 해인사를 극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러 방면으로 세계가 인정한 합천 해인사에 대해 알아보자. / 문화부


  문화재청은 지난 1일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 불좌상 및 복장유물’과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 불좌상 및 복장유물’ 등 2건을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해당 문화재의 경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으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번 국보 지정을 통해 다시금 합천 해인사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해인사에는 세계문화유산 및 국보 보물 등 70여 점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


# 해인사와 고려대장경의 거룩한 역사

  해인사는 802년 신라 애장왕 때 창건된 사찰로, 불교 종파 중 하나인 화엄종의 한국 근본 도량이라 불린다. 이는 우리나라에 처음 화엄종을 전파한 의상대사의 법손이었던 순응스님과 이정스님에의해 세워졌다. 해인(海印)이란 ‘부처의 지혜’로, 부처님 정각의 세계를 의미하는 해인삼매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곧 ‘번뇌 망상이 비로소 멈출 때 우주의 갖가지 참된 모습이 그대로 물속에 비치는 경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은 불보사찰과 승보사찰, 법보사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석가모니의 실제 사리를 모시고 있는 불보사찰로 양산 통도사가 있으며, 뛰어난 스님을 다수 배출한 승보사찰로서 순천 송광사가 있다. 그리고 합천 해인사는 부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고려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법보사찰에 해당이 된다.

  대장경이란 ‘불경을 기록한 경전’으로, 해인사에 보관되고 있는 대장경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여 ‘고려대장경’이라 불린다. 또, 경판의 수가 총 81,258매에 달하기에 흔히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이를 보관하고 있는 곳은 해인사의 장경판전이며, 1962년 12월 국보 제52호로 지정되었다가 33년 후인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고려대장경은 1011년 현종 때 거란의 침입을 받자 이를 부처의 힘으로 물리치고자 제작된 ‘초조대장경’에서 시작한다. 이후 1232년 고종 때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 없어지게 되는데, 이규보의 「대장각판국신기고문(大藏刻板君臣祈告文)」에 따르면 다시 불보살의 힘으로 몽골의 침략을 무찌르기 위해 재제작되었다고 전해져 온다. 그렇게 가장 완벽한 불교 경전이라는 수식과 함께 1251년 고려대장경이 완성됐고, 다시 쓰였다 하여 재조대장경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현존하는 목판대장경 중 가장 오래되어 그 가치가 매우 우수하다. 목판의 특성상 쉽게 무르거나 썩을 수 있는데, 약 7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전히 모습을 지키고 있는 데에는 장경판전의 역할이 크다. 장경판전은 벽면의 위아래뿐만 아니라 앞·뒷면의 살창 크기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그 덕에 실내에 들어온 공기가 건물 곳곳에 골고루 돌아가고 내부가 적정 온도로 유지된다. 또, 경판꽂이인 판가를 5개 층으로 구성하고 건물 바닥에 숯을 깔았기에 습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러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장경판전과 함께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이 현재까지 옛 모습 그대로 전해져올 수 있었고, 이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었다.


# 해인사, 알차게 즐기자!

  해인사는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번지에 위치한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700원으로 30인 이상 단체 방문 시에는 할인된다. 팔만대장경 외부는 누구나 관람 가능하지만, 내부는 사전 예약자만 관람할 수 있다. 내부 탐방은 주말만 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해인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그리고 팔만대장경은 하절기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는 점 유의하자.

  해인사에 도착하면 ‘가야산 해인사’라 적힌 큰 일주문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일주문과 봉황문 사이에는 커다란 크기의 천연 노목이 가로수길을 이뤄 청량한 느낌을 준다. 봉황문을 지나고 세 번째 문인 해탈문까지 지나면 넓은 마당과 구광루가 기다리고 있다. 구광루는 해인사의 건물 중 가장 중심에 있는 건물로, 법당에 들어갈 수 없는 일반 대중들이 모여 예불하고 설법을 듣는 곳이다. 구광루 우측에는 불교회관인 보경당이 자리 잡았다. 보경당은 여러 불교 행사에서 집회장과 법당으로 쓰인다. 넓은 마당 좌측에는 범종각이 자리했다. 범종과 운판, 목어, 북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마련된 타종이다.

  구광루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부처상이 자리한 법당인 대적광전이 눈길을 끈다.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관음전과 정수당, 좌측에는 궁현당과 조사전, 적묵당 등이 마련되었다. 대적광전 아래 넓은 뜰에서 1985년에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54호로 지정된 정중탑도 엿볼 수 있다.

  대적광전 위쪽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이 자리했다. 장경판전 입구에는 해인사와 대장경의 역사를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안내소가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안내소에서 위쪽으로 이동하면 고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에 도착한다. 장경판전은 모두 4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은 훼손을 막기 위해 내부로 들어서는 것은 제한되어 나무 창살 너머로 관람해야 한다. 나무 창살 사이사이로 보이는 팔만대장경은 부패나 훼손 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자연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바람과 습기 흐름만을 이용한 설계로 많은 양의 대장경이 탈 없이 보존된 모습을 보며,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게 된다.


  최근 많은 사찰이 새로운 힐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상승 등으로 지친 사람들이 재충전을 위해 ‘자연 휴양소’인 사찰로 발걸음 한다. 합천 해인사에서는 사찰에서 생활하며 휴식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운영 중이다. 반복된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 북적거리는 도시를 떠나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의 수련을 하는 것도 좋다. 몸과 마음의 휴식도 취하며 우리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도 관람할 수 있는 합천 해인사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지인·정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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