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화국 시대, 지방이 죽어간다
서울공화국 시대, 지방이 죽어간다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2.05.1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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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 현상, 왜 문제일까?

  2022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61만 명이며, 그중 절반이 넘는 2,603만 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즉,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이 넘게 거주한다는 말이다. 사실 이 모습이 흔하지는 않다. 한 곳에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비교적 사람이 적게 거주하는 곳과의 괴리나 인원을 다 수용하는 데에 갈등이 생기는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는 특히 교육, 일자리 등이 포함되기도 하는데, 지방에 위치한 우리 대학의 특성상 수도권과의 공존에서 문제점을 직격타로 맞고 있다. 지방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우리 대학 학우들도 피할 수 없다. 수도권 집중 현상의 원인과 이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 물론 수도권 지역이 국가 제반 문화의 틀이 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정도가 심한 편이며 세계적으로 봐도 특이한 경우다. 실제로 북유럽의 경우 ‘헬싱키’나 ‘스톡홀름’과 같은 경우는 대도시 외의 지방의 도시를 산업과 경제 발전 정책의 핵심 지역으로 선정하여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2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광역시’조차 ‘서울특별시’ 인구의 약 35%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는 측면이 앞서 말한 나라와 대조적이다.

 

# 수도권 집중 현상의 원인

  그럼 수도권 집중 현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놀랍게도 전문가들은 기득권 세력의 욕망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에서는 두 아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은 오직 한양에서 가까운 십 리 이내에 살라”고 조언하는 구절이 있다. 위 내용만 봐도, 조선 후기부터 이미 한양 내 거주가 출세의 관건이었고, 기득권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다른 도시가 수도여도 이런 현상이 똑같이 일어났을까.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한반도의 지리적인 요인도 인구집중에 영향을 끼쳤다고 원인을 꼬집는다. 세계 어느 도시에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한강이 흐르기 때문에, 도시 입지로 굉장히 좋은 땅이 바로 서울이다. 그래서 만약 다른 도시가 수도가 되더라도, 현재의 극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 현상은 해방 직후 더 심화되었다. 6·25전쟁 이후 서울부터 시작된 복구 작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낸 이유에선지 인구가 집중되도록 유도했다. 그 때문에 경부 고속도로 개통 등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1970년대에는 수도권을 성장 거점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통계청은 1960~1970년대 전국인구 증가분의 57.2%가 수도권의 인구 증가라 발표했다. 또한 1970~1980년대 전국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의 구성비는 28.2%에서 35.5%로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 위한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권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였으며, 그 여파로 지방에서는 인구 유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 유출은 극심해져갔고, 지역 간의 불균형도 더욱 커져만 갔다.

 

# 지역 인재들의 유출 문제

  초·중·고 학창 시절과 대학 생활을 겪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배움’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큰 사람이 되고 싶거든 큰물에서 놀아라.”라는 조언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거다. 그렇다면 이러한 말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일자리와 교육의 질과 양이 많은 곳에 가서 생활하는 게 식견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합뉴스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 100대 기업 본사의 91%, 상위권 대학의 80%가 몰려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수도권이 지방보다 일자리와 양질의 교육을 배울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조언이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수도권 지역의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흔히 ‘인 서울’을 목표로 삼는 경향을 띤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는 비수도권 지역 수험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비율이 갈수록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고3 수험생의 인터뷰 내용을 봐도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들이 결국 수도권에 있는 게 현실적인 상황이고,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라며 수험생들의 수도권의 교육 여건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더군다나 수도권에 교육의 질과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 자녀를 수도권에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도 증가했다. 출근하는 회사가 지방에 위치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위하여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이에 따라 지방에 정착해 사는 사람이 적다 보니, 텅 빈 아파트와 상가가 즐비하다. 이제는 지방을 유령 도시라고 부르거나,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험이 곧 스펙이라는 비꼬는 말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또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괴롭힘이나,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다. 지방에서의 생활에 계속해서 어려움이 존재한다면 지역 인재들의 유출 문제는 손쓸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지방 소멸 위험 가속화

  최근 경남은 11개의 시, 군이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30년 뒤는 경남 전체가 소멸 위기 지역이 될 거라 전망된다. 2020년 통계청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수도권에 순이입 된 인구는 약 12만 명이다. 그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은 20대며, 연령별로 20대가 43%, 30대가 18.5%를 차지한다. 이처럼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은 일자리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시에 인력 수급 불일치 현상으로 지역 간 불평등도 심화 되는 추세다. 이는 지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며 국가 경제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청년 인구 순유출 문제는 단순히 지역 내 대응 차원을 넘어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구 순유출에 따른 결과로 일자리, 교육 등 도시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방은 지역의 대표 기능이 약화된다. 특히 지방을 향한 사회적 자본과 기업 투자가 끊기면서 경제, 문화, 의료가 낙후돼 인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연합뉴스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 전체 의료기관의 51%, 문화 기반 시설의 36%가 몰려있다고 한다. 이는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사회적 기반 구축이 상대적으로 적음을 나타낸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 경제를 되살리는 건 모든 정부의 해결 과제였다. 얼마 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은 새 정부에게도 수도권 집중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기에는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우리나라가 더욱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정유정 기자, 송경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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