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짜장면”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내가 주문한 메뉴가 짜장면’이라는 의미라고 대답했을 것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난 짜장면”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가? 가령,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제비뽑기에서 내가 뽑은 종이에 적힌 말이 ‘짜장면’인 상황이나, 이번 콩트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짜장면’인 상황이라면 이 말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이다, 남자다, 학생이다’와 같은 말과 비교해 보면 이 말은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난 짜장면”이라는 말의 어색함을 왜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비트겐슈타인은 ‘맥락’을 말한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내지는 언어 규칙에 따른 형식은 그것이 의미하는 지시 대상과 절대 불변의 일 대 일 관계를 갖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즉, 언어 형식이 갖는 의미는 하나의 본질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맥락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발생한다고 본다. 이처럼 다양한 담화 상황 속에서 일정한 언어 규칙에 따라 사람들이 의사소통하는 것을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게임’이라 했다.
그의 ‘언어게임’의 개념은 그 당시 언어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가져왔다. 언어게임은 기호, 단어, 문장 등의 단위의 측면에서, 그리고 주장, 물음, 명령 등의 언어 기능의 측면에서 사용의 다양함을 담고 있다. 언어게임에서 언어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 규칙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언어 규칙은 늘 변하고, 새로운 유형이 생겨나며, 낡은 것은 사라지기도 한다. 모든 게임은 그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물론 규칙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시 말해, 게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고정 불변의 본질이 존재하다기보다는 서로 중첩되는 일부의 유사한 특징들의 관계, 즉 ‘가족유사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유년 시절, 거의 매일 운동장이나 공터에서 즐기던 게임이 오징어 게임이었다. 하지만 동네마다, 지역마다 게임의 규칙은 조금씩은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형식의 그 게임을 우리는 ‘오징어 게임’이라 불렀다. 언어게임은 공적 공간에서, 공유하고 있는 삶의 형식이 일치하는 사람들 사이에 실행된다. 그렇다면 “난 짜장면”이라는 말을 우리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이 말을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안에서 공유되고 있는 삶의 형식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규칙이 새롭게 바뀔 수도 있지만 우리는 또 새로운 규칙에 맞춰 언어게임을 수행하므로 문제될 것은 별로 없다. 그렇게 비트겐슈타인은 나에게 ‘슈’며 들었다.
박준범(의사소통교육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