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의미를 잃은 스포츠 정신, 공정은 어디로
[기자의 눈] 의미를 잃은 스포츠 정신, 공정은 어디로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03.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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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l players' efforts and dreams are equally precious.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 이는 지난 2월 14일, 피겨의 한 획을 그었던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SNS에 게시한 글의 일부다. 이는 2월 개최된 2022 베이징 올림픽의 피겨 부문에서 일어난 도핑 파문에 대한 답으로, 다시 한번 전 세계가 이 사건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도핑 파문에 휩싸인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소속의 카밀라 발리예바다. 그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는 등 기대 받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을 판정받았다는 결과가 공개되며, 많은 이의 질책을 받았다.

  발리예바가 도핑 의혹을 제기 받은 건 베이징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후였다. 지난해 12월 채취했던 소변 샘플에서 금지된 약물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발리예바 측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같은 물컵을 사용한 게 원인이라 반박했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 타이거트 위원장에 따르면, 해당 약물들은 지구력 증진과 피로감을 감소케 해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추출된 약물의 농도가 다른 오염된 샘플에 비해 200배 정도 높은 값이기에 의도적으로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일전에 국가 차원에서 도핑 검사를 조작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게 올림픽 국가 자격 출전을 금지당한 바 있다. 그런데도 발리예바의 도핑 사실이 대중에게 충격을 준 이유는 그가 아직 미성년자란 사실이다. 이를 고려해보면, 도핑이 홀로 행해진 게 아닐 확률이 높다. 이는 러시아 내 피겨선수에 대한 아동학대 문제로 불길이 번졌다. 특히 발리예바의 감독인 아테리 투드베리제가 ‘아이를 일회용 컵처럼 쓰고 버린다.’, ‘어린이 공장이 아니라 병든 피겨 문화’라는 평을 받은 게 다시 한번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약물 사용은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를 마냥 동정할 수 없는 이유는 도핑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곽민정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도핑이 해당 선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약물의 힘을 빌려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모으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리하게 될 다른 선수들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는 온전히 각자의 몫이다. 세상은 ‘공정’을 강조하지만, 막상 전 세계가 참여하는 올림픽에서조차 이는 실천되지 않는다. 완전한 공정은 이상에 가깝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최소한의 공정이 철저히 무시된다면 그 누가 이를 지키도록 노력할까. 편법 없이 최선을 다하는 이가 그에 맞는 결과를 얻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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