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누구를 위한 법인가
촉법소년, 누구를 위한 법인가
  • 정희정 기자
  • 승인 2022.02.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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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후보자도 주목하고 있는 ‘촉법소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거듭 성행을 이루는 가운데, 오는 25일 배우 김혜수를 주연으로 한 드라마 ‘소년심판’이 공개된다. 이번 시리즈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게 된 심은석(김혜수)을 포함한 판사 네 명의 각기 다른 시선과 신념을 그려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촉법소년에 대한 미약한 처벌과 법을 학습한 소년들의 모습이 담겼다. 나날이 심해져 가는 범죄 정도와 그에 맞지 않은 처벌로 촉법소년은 오래전부터 논쟁이 되곤 했다. 촉법소년과 이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소년법상 소년은 ‘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이라는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먼저, 범죄소년이란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말한다. 이들은 벌금 이하의 죄를 범하거나 보호 처분이 인정되는 경우로 형사 처벌 대상이다. 또,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으로 보호 처분을 받는다. 우범소년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만 10세 이상의 소년을 뜻한다. 주로 가출 청소년이나 음주 후 소란, 집단 구성으로 인한 불안감 조성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경찰서 훈방 조치 대상이다.


+ 촉법소년 그 배경과 문제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달 새 ‘촉법소년 폐지 및 개정’ 목소리를 낸 글 6개가 게시됐다. 이처럼 제도는 ‘촉법소년에게 처벌보다 교화’라는 취지와 달리 피해자를 고통받게 하는 족쇄가 되어 꾸준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는 한 차례 변화가 있기도 했다. 1958년 소년법이 제정될 당시 초기 촉법소년의 기준은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이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연령대인 ‘만 10세 이상’은 15년 전인 2007년, 낮아진 소년범의 연령대에 맞추어 하향 강화된 결과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들의 범죄는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는 촉법소년이니 죽이고 싶으면 죽여보라.” 이는 지난해 12월 무인모텔에서 음주 후 난동을 부린 10대들이 했던 말이다. 이후 과반수가 촉법소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 사건은 10대가 법을 학습하고 오히려 역이용하는 사례로써 다시 한번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뿐만 아니라 2020년, 디스코드를 통해 성 착취물 영상을 유포하던 채널을 검거한 결과, 유포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라고 밝혀졌다. 그중 채널 운영자가 초등학생인 사실 역시 드러났지만,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그들의 범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민의 힘 김용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이 보도가 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5년간 범죄 건수가 점차 증가해 2016년 대비 2020년 촉법소년 총 범죄 건수가 3,030건 늘어났다. 그중 살인범은 5년간 8건, 강간·추행범은 1,914건이다. 그와 더불어 소년부에 송치되는 연령대 역시 5년간 점차 하향되고 있다. 특히 만 13세가 송치된 건수는 5년 사이 2,268건이, 만 12세는 517건 증가했다.


+ 2022 대선 후보자도 주시하는 촉법소년

  연달아 발생하는 그들의 도수 높은 범죄 행위와 더불어 이번 2022 대선 후보자가 내민 공약으로 촉법소년을 향한 관심이 다시 불 지펴졌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소확행 공약 중 하나로 음주 청소년 처벌 강화와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일명 ‘판매업주 독박방지법(이태원 클라쓰법)’으로써 판매업주가 아닌 청소년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촉법소년 연령 인하의 경우 구체적인 나이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현재 청소년의 발달 정도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역시 ‘촉법소년 및 주취 감경 처벌 현실화’라는 공약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목소리를 냈다. 공약에 따르면 기존 만 14세 미만이었던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만 12세 미만으로 조정된다. 현재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의 경우 처벌을 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학교폭력과 성폭력을 포함한 중범죄에 해당이 되는 경우, 촉법소년을 적용받지 않도록 해당 법에 대한 예외 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또한 “청소년들의 육체적·정신적 성장상태가 성인과 큰 차이가 없고, 범죄 수법과 잔혹성이 성인 못지않은 경우가 많아 국가 사회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법이 정의하고 있는 촉법소년 연령 조정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냈다. 또한, 안 후보는 법무부 산하 ‘청소년의 회복적 사법 위원회’ 설치를 통해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뉘우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 신중히 다루어야 할 문제, 촉법소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촉법소년 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처벌 강화가 단순한 해결책이 되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엄벌주의에 기댄 대응이 실제 촉법소년 범죄 완화 및 교화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과거 소년부 재판을 담당했던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촉법소년을 향한 낙인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흉악 범죄는 전체 소년 사건에서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충분히 교화의 여지가 있는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강화된 처벌의 적용은 사회적 낙인으로 되려 재사회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연령 따져가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절대 아니며,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에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 역시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방안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령 낮추기에 급급하다 보면 결국 모든 아이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꼴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엄벌 역시 중요하지만, 그들이 아직 사리 분별이 어려운 미성년자임에 주목했다. 또, 처벌 대상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육권 박탈은 오히려 성인이 된 후, 강력 범죄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라고 표했다. 유엔(UN) 역시 아동권리협약을 통해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만 14세 유지로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경범죄 및 중범죄를 넘어 강력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반성할 기미는커녕 오히려 법을 방패로 삼는 모습은 피해자를 고통에 빠지게 한다. 또, 느슨한 법은 교화는커녕 그들이 잘못된 길로 계속 걸어가도록 부추기는 바람잡이가 될 수도 있다. 범죄 정도에 비례한 처벌 강화는 물론이고 그들을 다시 사회로 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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