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생활문화원 이용 수기 최우수상/ 나를 살리는 의식적인 행위, 리추얼(ritual)
2021학년도 대학생활문화원 이용 수기 최우수상/ 나를 살리는 의식적인 행위, 리추얼(ritual)
  • 언론출판원
  • 승인 2022.01.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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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총 24회기 2020년 11월 3학년 2학기부터 2021년 7월 4학년 1학기 동안 개인 상담을 실시하였다. 성인이 되어 처음 자발적으로 신청한 개인 상담이였다. 오래전부터 불안 장애와 강박증 등의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상담을 한번쯤은 받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가족 포함하여 주변 지인들에게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였을 때 제대로 된 공감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낯선 사람에게 상담을 통해서 마음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트라우마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불안, 우울감을 호소할 만큼 심리적 어려움에 봉착했었고, 이런 상황에 스스로를 방치한다면 위험 상황에 처할 것만 같았다. 먼저 상담을 신청하기 전,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대학생활문화원 후기 글을 검색해본 결과, 여러 학우들이 대학생활문화원에서 개인 상담을 받고 나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평을 남긴 것을 보았다. 그 덕분에 나는 대학생활문화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담 신청을 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11월 달부터 상담을 시작하였다. 처음 대면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긴장이 되어 상당히 떨렸다. 추운 날씨 탓도 있었다. 나는 첫 대면 상담에서 상담을 통해서 불안 장애 및 강박증 그리고 데이트 폭력(성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건강하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는 목적을 설정했고 그리하여 일주일에 1번씩 오전 시간마다 상담을 받기 시작하였다. 바쁜 학과 일정을 소화하면서 일주일에 1번씩 창조관 대학생활문화원에 출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침 오전 시간에 조금 더 자고 싶고, 겨울엔 날씨가 너무 춥거나 여름엔 너무 더워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였기에 용기를 내어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상담실 문을 열고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이 옳은 것인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상담사 선생님께서 차분하게 대화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하였다. 그렇게 조금씩 자유롭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어느 날 과거의 아픈 기억을 꺼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억눌렀던 부정적인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서 눈물을 연신 쏟아내기도 하였다. 그때 상담사 선생님은 슬픔에 파르르 떨리는 나의 어깨를 따스한 손으로 토닥여주셨다. 비록 살짝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식의 작은 터치였지만 따스한 위로가 마음으로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러 회기를 거치면서 긴장감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하였고, 상담사 선생님께서 나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서 들어주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매 회기 때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의 이면에 담긴 깊은 속마음을 캐치하고 정리하여서 언급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제대로 된 공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상담사 선생님이 제2의 어머니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상담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인 자원과 마음 근육을 건강하게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자신의 아픔에 스스로가 공감해줄 수 있는 태도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어느 날 상담사 선생님께서 개인이 스스로의 슬픔에 공감하며 눈물 흘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한 태도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여태까지 누군가가 나의 아픔을 알아주기만을 바라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었는데 말이다. 이후로 나는 수시로 자신의 마음을 꺼내어 쓸 수 있는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글로써 감정을 표현하고 인정해주는 연습을 시작했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주며 위로해주는 것이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떨려 할 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나비 포옹법의 자세를 취하여 스스로를 안아주면서 “괜찮아,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건네며 위로해줄 것을 권유하셨다. 처음 시도해 보라고 권유받았을 때 어색했지만, 때때로 홀로 집이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실기를 하다가 지치거나 불안할 때에 여러 번 연습하면서 덕분에 조금씩 스스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호흡법을 통해서 감정 기복을 잠재우고 차분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감정 기복으로 힘겨워하는 내게, 들숨에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고 날숨에 탁한 기운이 빠지는 상상을 하면서 호흡법을 연습할 것을 권유하셨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가빠지는 호흡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만듦으로써,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일상생활 중 불안할 때마다 평소보다 의도적으로 느리게 호흡을 하면서 들숨에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고, 날숨에 탁한 기운을 빠져나가는 상상을 하였다. 처음엔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하였으나, 꾸준히 연습하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가빴던 호흡이 조금씩 느려지고 불안감으로 갑갑하였던 가슴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편안함으로 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심리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학생활문화원을 이용했지만, 덕분에 여러 심리적인 자원을 얻고, 일상에서 자신을 돌보는 리추얼(ritual)을 연습할 수 있었다. 여기서 리추얼(ritual)이란 의식적으로 행하는 성스러운 관습이다. 내가 없어지면 온 우주가 멸망한다는 말이 있다. 위기 상황으로부터 나를 살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리추얼을 가르쳐주신 상담사 선생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 수상자 정보는 상담 비밀보장의 원칙에 따라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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