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폭력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아이는 누가 지키는가?
[기자의 눈] 폭력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아이는 누가 지키는가?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1.11.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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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만들기 등의 추억의 게임을 소재로 선택한 영향인지, 우리에겐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인기에 부응하듯, TV 채널을 돌리거나 SNS를 넘겨보면 여기저기서 이를 패러디한 2차 창작물을 접하게 된다. 특정 작품을 흉내 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게 특징인 패러디는 동일한 작품을 본 사람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패러디의 부흥은 기존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 호기심을 자극해 실제로 시청하도록 이끈다.

  원천 콘텐츠의 화제성과 2차 창작물의 부흥으로 인해, 현재 전 세계는 오징어 게임 열풍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열기 속, 우리는 무언가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이는 ‘청소년 관람 불가’(이하 청불)로 분류되어 있단 점이다. 한 콘텐츠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에는 ‘청소년에게 노출이 되어도 괜찮은가?’를 포함한 기준에 평가받는다. 신체/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이를 접할 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은 유혈 장면이 다분하고 폭력/선정성을 가진 장면이 많아 청불 콘텐츠로 분류됐다.

  그러나 위험성으로 인한 주의가 무색하게도, 당장 TV 채널을 돌려보면 이를 소재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심지어 공중파 채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나 틱톡 등의 소셜 미디어에선 내용을 요약하거나, 잔혹한 장면만 편집해 무분별하게 유통된다. 보통의 청불 콘텐츠를 접하려면 성인 인증이 필수다. 다양한 방법을 수반해 아이들이 접하지 못하도록 보안 장치를 마련해도,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면 원하는 콘텐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기 이르다. 요즘엔 성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성인용 영상물이 추천 콘텐츠로 올라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렇게 검열 없이 유통되는 오징어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게 된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의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 이를 망각하는 건 물론, 부적절한 매체에 노출되도록 등 떠밀어서는 더욱 안 된다.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Over The Top) 플랫폼이 빠르게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청불 콘텐츠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마땅한 제도 제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둘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관련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 격차를 더욱 늘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이 올바른 콘텐츠 사용을 하도록 알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도움이 못 될망정 부적절한 길로 이끄는 건 더욱 안 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즐기는 건 좋지만, 혹여나 어떤 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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