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속 고립된 헬렌 켈러들을 위하여
우리 사회 속 고립된 헬렌 켈러들을 위하여
  • 정유정 기자
  • 승인 2021.11.0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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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애의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더욱 관심 두어야

 

 

   한 남자와 시청각 장애를 가진 7살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가 올해 상영되었다. 이는 국내 극영화 최초로 시청각 장애를 소재로 다뤄 주목받았다. 화제성 덕분인지, 실제 우리 사회 속 시청각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보다 현실은 더 비참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제도도 마땅치 않고, 맞춤형 법안인 ‘헬렌켈러법’ 조차 오랜 시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헬렌켈러법이 무엇이고, 우리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호하고, 차별받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시청각 장애인은 법에서 분류된 15개의 장애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장애인 등록을 위해선 불가피하게 시각/청각 장애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통계 조사에서도 시청각 장애인은 제외돼 정확한 숫자조차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청각 장애인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엄연한 구성원이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모두의 외면 속에 살아가고 있다.

 

# 한국의 헬렌 켈러들과 현재

  사회활동가로 활동해 많은 이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한 헬렌 켈러는 시청각 장애인으로 알려진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평생 눈과 귀가 되어준 설리번 덕분이다. 우리가 설리번이 직접 되어줄 수는 없지만, 설리번의 역할을 할 제도와 시설은 마련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만 명의 헬렌 켈러가 있다고 예상했다. 적지 않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설리번이 되어줄 복지는 우리 사회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각 장애인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시각과 청각 장애를 동시에 앓는 장애인이 아니다. 청각/시각의 두 가지 장애가 더해진 게 아니라, 전혀 새로운 형태의 모습을 가진다. 그래서 현행법에 정의된 장애인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지원하는 제도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 특성을 파악 후, 효율적으로 그들을 도와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시청각 장애인은 다른 유형의 장애보다 언어적 능력과 이동의 한계에 자주 부딪히게 된다. 실제로 ‘2017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 자료’에 따르면 외출하지 못하는 시청각 장애인의 비율이 14.5%로 전체 장애인의 3배를 보였다. 또한 32.7%의 시청각 장애인이 의무 교육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시청각 장애인은 모두가 받아야 할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사회 속에 고립돼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선 당사자와의 ‘소통’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시각 장애인은 청각으로, 청각 장애인은 시각을 이용해 세상과 소통한다. 기존에 분류된 장애 유형은 다른 기관으로 대체하거나 전문 통역사를 통해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청각 장애인은 아니다. 우리 사회 속의 헬렌 켈러를 위한 통역 및 활동 지원사가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시청각 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소수라는 이유로 사회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래서 본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거나,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하며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있는 경우도 많다. 극심한 경우 시청각 장애인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이 삶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은 1968년 제정된 헬렌켈러법으로 시청각 장애인을 ‘Deaf-Blind’로 분류하며 하나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 건설된 헬렌 켈러 국립센터와 시청각 장애인센터, 시청각 장애인연합 등의 관련 기관과 단체를 통해 전담 지원 제도를 확립했다. 기관에서는 보조 기술, 의사소통, 자립 생활 등의 교육과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선 이미 시청각 장애인 발생 시기와 원인 연구가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청각 장애 발생 시기는 주로 50대 이상으로 대부분 노령화로 인해 장애를 겪는다고 발표했다. 또한 시청각 장애의 발생 이유는 후천적 요인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시청각 모두를 잃고 태어나기보다, 단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신체 기관의 능력이 약화하여 복합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최근 ‘시청각 장애인’이란 단어가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에 실리게 되었다. 덕분에 처음으로 시청각 장애인의 존재와 용어가 알려졌다. 그러나 시각/청각 장애인의 연장선으로 범주가 놓여 있어, 맞춤형 제도 실행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일부 개정안을 찾아보면, 시각 및 청각 기능이 손상된 장애인이라 정의 내려져 있다.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큰 의미를 가진다.

  올해 개봉한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통해 화두에 올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관련 법률 제정에 불씨가 붙는 중이다. 캠페인은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시청각 장애에 도움을 주고 싶은 모두 참여 가능하다. 참여를 원한다면 캠페인을 진행 중인 밀알복지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된다. 그리고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맞춤 후원으로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의 마우스 클릭과 후원이 이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현재는 영화의 화제성 덕분에 시청각 장애인을 알리고 지원하는 활동가, 후원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는 밀알복지재단에서 국내 최초로 헬렌 켈러 센터가 개소되었다. 사회에 고립된 시청각 장애인을 찾아내고, 자립을 목표로 교육 시행이 목표다. 또한 시청각 장애인의 주 언어인 촉수화 사용을 돕고 인지/음악 치료 등 교육 및 연구 사업에 힘쓰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이 존재한다. 시청각 장애인도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특이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외면 속에서 기초적인 생활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모든 사람은 국가의 보호 아래 행복할 권리가 있다.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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