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 정국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류 방역’이라는 자신감도 많이 위축되었다. 최근에 자영업자들의 한밤 차량 시위는 안타깝다.
한데, 우리를 더욱 번민케하는 것은 이런 류의 자연재해 혹은 어쩔 수 없는 전염병만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인재(人災)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심화 일로에 있는 상황 하에서 전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 상황이 그렇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대치 갈등 국면에서 조국 장관이 물러간 이후, 보여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과의 갈등은 우리를 피곤케 했다. 상호비방이 만연한 상태에서 진리와 정의를 분별하기는 어려웠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는 멘트로 한때 인기를 얻고 그 여세로 야권 1순위 대통령 후보가 된 윤석열의 정체도, 이제서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다. 그가 강조했던 ‘조직’이 국가나 정부가 아니라 ‘조폭 집단’을 방불케 하는 일부 정치 검사 집단을 지칭하는 것임을 최근에사 알게 되었다.
이어서 맥락을 조금 달리하지만 나름의 목소리를 내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 판에 합류했다. 검찰 집단(물론 일부 정치지향의 검사패들)이야 워낙 오래전부터, 권위주의 정권의 하수인으로 명맥을 이어왔고, 저희 식구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시 해왔기에 별 기대도 안 했지만, 감사원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는 식구들이 모인 명절에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는 애국심으로 우리를 당황케 했다.
최근까지 애매한 행보를 하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반문재인 정부를 기치로 정치 행보를 하고 있는 터에 김 전 부총리까지 대선판에 뛰어든 상황은 희극이라기엔 페이소스가 짙다.
인지하듯이, 그는 한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실행해온 인물이다. 그러한 그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거론하고, ‘정책의 이념화’, ‘소통·공감 부족’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대안없이 문재인 정부만 비판하면서, 검찰과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는 자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경향신문의 이용욱 논설위원은 비유적으로 지금의 현 상황을 ‘집 지키던 개 세 마리가 주인을 향해 짖는 꼴’이라고 했다. 주인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개들이 왜 이런 집에 구태여 들어왔는지를 탓하기 전에 이런 개들을 선택했던 것도 주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