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하고 싶은 일 찾는 게 곧 대학 낭만
[한마 아고라] 하고 싶은 일 찾는 게 곧 대학 낭만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5.21 11:3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드를 잡는 것이다. 리드는 기사의 첫 문장을 말한다. 리드를 확실하게 정하면 글은 방향성이 뚜렷해진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면 좋은 리드 문장이다. 리드 문장을 잘 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때 가장 우선되는 진로 결정도 리드 문장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경남 지역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경찰학과에 입학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훌륭한 교수님의 강의도 성실히 듣고 공부했다. 방학 때마다 경찰 학원도 다녔고, 경찰 가산점 5점을 따기 위한 자격증도 획득했다. 심지어 특채 시험을 위해 의무경찰로 입대도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니 경찰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경찰은 내 꿈이 아닌 부모님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1년간 방황도 했다. 학원을 땡땡이치고 피시방에서 8시간 동안 머물다 귀가하기를 일삼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밤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하게 됐다. 그날 있었던 일을 개인 블로그에 적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적다 보니 신문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학보사에 들어가 학생 기자가 됐다. 6년이 지난 지금도 학보사 기자실에 내 흔적이 남아 있을 딱 그 정도까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졸업 이후에는 작은 일간지 언론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조건이 좋지 않아 모두가 기피하는 언론사였지만 기자가 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

  성격상 업무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다. 대인기피증이 있어 사람과 만나 너스레 떨며 이야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개인 시간을 중요시하지만, 퇴근 후에도 취재하거나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깐.

  며칠 전 우리 대학 학우들의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한마 아고라’ 기고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학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 격주마다 발간되는 귀중한 학보에 나의 평범한 취업 일기보다 더 훌륭한 선배의 글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곡한 부탁이 다시 돌아왔다.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진로를 결정한 후 6년 간의 세월을 순간처럼 풀어썼다.

  취업이 힘든 시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남 지역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취직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타지살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남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인구 유출과 청년 일자리 문제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청년 인구(19~34세) 순 유출은 1만 8,919명으로, 2015년(3,655명)보다 5배 늘었다. 이 중 70%가량이 직업을 이유로 경남을 떠났다. 취업에 대한 조언을 선뜻 꺼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진로 결정에 대해서는 나름의 확신에 찬 생각을 말해주고 싶다. 경제, 성취, 노동강도 등에 대한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리하자. 이어 이에 충족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명확하고 빠를수록 좋다. 당장은 비슷한 일이라도 해볼 수 있다면 해보자.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에 기대와 다르다면 수정하면 된다.

손에 잡고 있는 불필요한 짐들은 과감하게 버리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버리지 못할 것은 없다. 전공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그동안 ‘한마 아고라’에 글을 썼던 동문이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있음을 명심하자. 요즘은 전과 제도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도 좋다.

코로나19 상황에, 야밤에 함께 모여 막걸리를 마시는 대학 낭만은 이제 없다. 그런데 낭만이 뭐 특별할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는 게 낭만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대학 생활은 어떨까.

김용락(경찰학과 졸업 동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후배 2022-03-03 18:38:51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졸업 후 취업한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이상과 현실... 많이 다르죠. 그렇다고 해서 수정하게 되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의 문은 줄어들고 나이는 점점 차고 있습니다. 사회는 저희에게 많은 압박을 가하고 나이를 비롯한 커트라인은 점점 강해지고 있구요. 씁쓸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학우 2021-05-24 10:56:46
아고라에서 공감하는 건 오랜만이네요. 취업과 졸업을 앞둔 제게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건 졸업하신 선배님께서는 '운'이 좋았다는 부분이네요. 누구에게나 운이 좋은 건 아니니깐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