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시간 낭비야?
이게 왜 시간 낭비야?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5.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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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시대는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 유럽 사회를 이성과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내 과학과 문화 발전이 급격히 이뤄진 시대이다. 나의 인생에도 이런 ‘르네상스’ 시대가 있다. 잘하는 것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던 내 인생에 목표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부터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를 내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기로 기억하고 싶다.

  중학교 시절은 내 인생의 암흑기였다. 그때의 나는 지금으로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의미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집에서 하는 것은 거의 게임과 잠밖에 없었고, 겨우 다닌다던 영어와 수학 학원은 일주일에 두 번은 아프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다. 가족사가 복잡한 탓에 자존감도 낮았고 꿈을 가져도 금방 포기했다. 그런 내가 자발적으로 하던 거의 유일한 생산적 활동은 기타를 치는 것이었다. 통기타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덕에 초등학교 때부터 간간히 기타를 배웠고, 코드 초견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있었다. 그러던 중 생각했다. ‘죽어도 하기 싫은 공부 대신 기타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중학교 3학년 때 당당히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특히 아버지는 내가 “40살이 되어도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쓸쓸히 늙어갈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지원은 해주겠다 하셨고 실용 음악 학원에 등록했다. 예술을 전공하면 인생이 꼬인다는 것은 어린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잘하지 못하면 인생이 꼬인다는 생각을 가지니 하루 여섯 시간의 짧지 않은 연습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나중에 예술 고등학교에 편입하고 나니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주변에 사람들이 생겼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합주 수업 시간에 나와 같은 조가 되면 안도하던 친구들이 생겼다. 그리고 정기연주회 시즌이 되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공연을 부탁하던 친구와 선배들도 생겼다. 주변에서 나를 필요로 하자 내 삶의 태도가 달라졌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싶어졌고, 삶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의미 있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하루하루를 헛되이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 무언가를 노력해 이뤄내기 위하여 공부하고 연습했다.

  지금은 꿈이 바뀐 탓에 음악을 전공하는 대신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음악을 하던 시기에 가진 삶의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 주변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지 묻는다. 하지만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혀 아깝지 않다. 그때 내 인생을 비추기 시작한 그 불빛이 앞으로 계속 나를 비출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현(영어교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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