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side of Korea]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Outside of Korea]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 박예빈 기자
  • 승인 2021.05.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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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있었다. 2020년 전 세계가 <기생충>에 열광하며 한국에 주목했다.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영광이 올해도 우릴 찾아왔다. 윤여정 배우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영화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번 더 높였다. 윤여정은 93년 아카데미 역사에서 한국 배우 최초,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째로 상을 받은 배우가 됐다. 그렇다면 윤여정 배우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는 어떤 작품일까?


  영화 <미나리> 속 주요 인물과 정서가 한국을 표현하지만,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미국 영화다. 영화는 1980년 미국에 이민 온 제이콥(스티브 연) 가족이 미국에 정착하며 겪는 성장기를 담았다. 제이콥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아칸소에서 한국 작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매년 이민 오는 3만 명이 넘는 한국인의 향수를 자극해 돈을 벌어 성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트레일러를 개조한 집, 풀만 가득한 땅을 본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걱정만 커졌다. 쓸모없는 수컷이 되고 싶지 않은 제이콥과 가족을 우선시하는 가장이 필요한 모니카의 모습에서 한국의 가족상이 보였다.


  모니카의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가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김)을 돌봐 주려 미국에 오면서 영화 속 한국 정서가 더 짙어진다. 순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앤과 데이빗에게 다가가지만, 그녀의 방식이 두 아이에겐 낯설기만 했다.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 어린 데이빗이 생각한 할머니는 쿠키도 잘 굽고 나쁜 말도 쓰지 않는 미국의 그랜마(grandma)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둘 사이에 애정이 생겼다. 미국과 한국의 정서가 융합되는 지점은 분명 있었다. 아메리카 드림과 가족의 의미, 미국과 한국의 정서가 한 가족 안에서 갈등으로 드러났지만, 이를 극복하고 가족은 더욱 단단해졌다.


  미국은 이민자에 의해 세워진 대륙으로 이민자를 폭넓게 받아들인다. 이는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수많은 이민자가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서러움이 분명 존재했다. 외적으로 다르고 내적으로 느끼는 정서가 다른 이민자가 완벽히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간 이민자의 삶을 현실적으로 잘 풀어냈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영화의 밑바탕으로 잘 쓰였기 때문이다.


  순자와 데이빗이 뒷산에 미나리를 심으러 가면서 순자가 말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영화 제목인 미나리처럼 이민자들이 어디서든 뿌리 내리고 잘 살라는 바람이 보였다. 분명 미국 영화인 <미나리> 속에서 느끼는 한국 정서에 동화된 모두가 윤여정 배우를 여우조연상까지 이끌었다. 이는 낯설기만 했던 순자에게 마음을 연 데이빗처럼 영화계가 한국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반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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