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칼럼] 고전에 주눅들지 않기
[교직원 칼럼] 고전에 주눅들지 않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1.04.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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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어가 된 지도 꽤 되었다. 고상하게 사용되던 이 말은 지금 우리 삶이 얼마나 고단한 지를 보여주는 걸로 자주 사용된다. ‘영끌,’ ‘영혼 없는 리액션,’ 심지어 ‘영혼이라도 팔아서’라는 말을 입에 올릴 정도로 삶은 각박해졌고, 영혼은 지쳐가고 있다.

  영혼을 판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일이지만, 그만큼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선뜻 내어놓을 것이 없는 우리의 가난한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독일의 대(大)작가 괴테의 『파우스트』는 바로 이 표현을 인류가 공유하게 만든 고전 중의 고전이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파는 대가로 젊은 육체를 되찾은 파우스트는 시공을 넘나들며 이제껏 누려보지 못한 삶의 쾌락과 환희를 맛본다. 착한 소녀 그레트헨과의 사랑, 절세미녀 헬레네와의 결혼, 악마의 마법에 힘입은 온갖 모험과 유희들, 그리고 간척사업을 통해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고자 했던 정치적 포부에 이르기까지.

  파우스트의 ‘영혼 팔아넘기기’ 외에도 고전 작품의 인물이나 구절들이 그 지면을 벗어나 우리 언어생활의 일부가 된 예는 많다. 흔히 행동하는 자와 고뇌하는 자라는 성격 유형을 말할 때 우리는 돈키호테형과 햄릿형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어떤 일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을 때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이란 표현을 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이 이름은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창조한 주인공 과학자의 이름이지만,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의 오해로 인해 굳어져 버렸다.

  르네상스 문학의 선구자,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은 단테가 베아트리체라는 여성을 단 두 번 만나고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단테에게 베아트리체는 어떤 존재였을까?

  고전이라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제목만 들어본 작품, 누군가 그걸 들먹이며 우리를 주눅들게 했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읽어보는 것. 그저 책을 펼치면 된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니다.

이미선(영어교육과 부교수, 아레테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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